[서울=뉴시스 최현호 기자] 한국 금융당국이 증시 부양을 위해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이와 관련해 27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일본식 기업가치 제고 조치로는 코리아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에 역부족’이라는 비판적 분석을 내놨다.
특히 CNBC는 삼성전자, LG, SK, 현대 등 가족·친척으로 구성된 한국 특유의 기업집단인 ‘재벌’이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짚었다.
재벌은 다수의 가족·친척이 기업을 소유한 구조이기 때문에 소액주주들이 기업의 전략적 결정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달튼인베스트먼트의 제임스 임 수석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지배주주가 불균형적인 이익을 취하기 때문에 코리아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라면서 “한국에는 강력한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이 일본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CNBC는 전문가의 목소리를 인용, 한국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성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자산운용사 페더레이티드헤르메스(Federated Hermes)의 아시아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 조나단 파인스는 “현재 한국에는 정책 현상 유지로 인해 상당한 재정적 이익을 얻고 있는 가족 경영 기업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증시 하락을 초래하는 행위는 (어떤) 동기(의도)에 의해 이뤄지기 때문에, 한국의 대주주 일가가 소액주주들에 친절하게 대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성공할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배주주들의 영향력은 변화를 어렵고 느리게 만들지만, 금융당국이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변화는 더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고 CNBC는 짚었다.
또 CNBC는 한국 금융위원회가 증시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전문가의 말을 전했다.
그래스호퍼자산관리(Grasshopper Asset Management)의 다니엘 탄은 “(한국 금융위원회의 최근 조치들은) 한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딛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소액주주보다 지배주주(주로 창립자 가족)를 선호하는 기업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선 더 커다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장 기업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등 금융위원회의 최근 조치들은 의무적인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자발적인 노력에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 증시가 일본 증시와 같이 랠리를 이어가려면 강력한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페더레이티드헤르메스의 파인스는 한국 기업의 임원들이 단지 회사에 충성만 할 것이 아니라, 주주 수익 향상에 대한 책임을 갖도록 할 수 있는 법률을 한국 금융당국이 시행해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은 최소한 장부가치까지 주가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CNBC는 삼성전자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40인데, 대만의 TSMC는 5.23, 애플은 37.80이라고 언급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방안은 세제지원 등 인센티브 제공, 코리아 밸류업 지수·상장지수펀드(ETF), 주가순자산비율(PBR)·주가이익비율(PER)·자기자본이익률(ROE) 등 투자지표 비교 공표 등이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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