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이른바 노래방 코인으로 불리는 김치코인 ‘썸씽(SSX)’이 결국 국내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앞서 불거진 해킹 자작극 의혹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투자자 피해를 복구하려는 노력도 안 한 탓이다. 전문가들은 내실이 부족했던 김치코인에겐 이미 예견됐던 일이라고 꼬집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5대 원화거래소가 속해있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협의체(닥사·DAXA)는 전날 썸씽에 대한 거래 지원 종료(상장 폐지)를 결정했다.
썸씽은 이번 결정에 따라 닥사 소속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고팍스 등 4곳에서 내달 12일 오후 3시까지만 거래된다. 재상장되지 않는 한 국내 원화거래소에서 더 이상 거래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비트코인이 역대 최고가에 근접하는 등 불장이 임박한 상황이라 더 쓰라린 퇴출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결국 자업자득이란 평가가 압도적이다. 지난달 발생한 해킹 사태에 대한 소명을 충실히 하지 않은 점과 초과 유통에 대한 복구 조치를 하지 않았단 점 등에서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는 게 거래소들의 지적이다.
앞서 썸씽은 지난달 27일 오전 1시 18분께 180억원 규모의 썸씽 코인 7억3000만개를 탈취당한 바 있다. 전체 시가총액(800억원)의 약 4분의 1이 털린 셈이다. 특히 당시 해킹당한 물량이 아직 시장에 풀리지 않은 ‘미유통 물량’이었단 점에서 진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김남국 저격수로 유명해진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운영자는 “미유통 물량에 락업이 전혀 걸려있지 않았다는 건 기본적 관리조차 안 되고 있었다는 의미”라며 “자작극 여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그만큼 허술하게 운영했다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심은 합리적인 시선”이라고 지적했다.
투자자 보호가 미흡했던 지점은 또 있다. 해킹 사태로 썸씽 코인 4억8900만개가 초과 유통됐음에도 손 놓고 있었던 점이다. 일반적으로는 공시된 물량을 맞추기 위해 자체 소각 등 추가 조치를 취한다. 하지만 썸씽은 오히려 유통계획을 1년간 세 차례나 변경하며 유통량을 늘려왔다. 닥사 역시 유통계획 변경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1위 업비트는 “썸씽 측 소명 과정에서 재단 제출 자료를 면밀하게 검토하였으나 결국 사업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들었다”며 “투자자 보호에 대해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사안이 존재한다고 판단, 거래지원 종료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변 운영자는 “해킹 자작극 의혹과 별개로 유통량을 늘려서 물량을 풀어온 점은 상폐 사유로 충분해 보인다”며 “이같은 코인들은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체적으로 퇴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썸씽 코인 거래에 대한 투자자 주의가 요구된다. 상장 폐지 소식이 알려진 후 변동성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썸씽 코인은 전날 반토막 넘게 폭락했다가 하루 만에 150% 넘게 폭등한 상태다. 이른바 ‘상폐빔’을 노리고 유입된 매수세에 가격이 치솟은 것이다. 이날 오후 4시 업비트 기준 썸씽은 146.91% 오른 17.60원을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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