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옥석가리기’ 명확히”…자율 강조한 금융위 발표와 배치
“홍콩 ELS 손실 배상안, 다음주 당국 방향성 발표 방침”
[서울=연합뉴스 오지은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주주환원 등에서 일정 조건에 못 미친 상장사에 대해 거래소에서 퇴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불과 이틀 전 금융위원회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페널티 조항이 없다고 발표한 것과 반대 맥락의 발언이라 이 원장의 발언 취지를 두고 시장 해석이 분분하다.
이날 이 원장은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연구기관장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상장 기업도 일정 기준에 미달할 경우 거래소 퇴출이 적극적으로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 기간 성장을 하지 못하거나, 재무 지표가 나쁘거나, 인수·합병(M&A) 기업의 수단이 되거나 이런 기업이 시장이 남아있는 게 맞냐는 차원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시장에) ‘악화'(惡貨)가 계속 있는 동안에는 우수 기업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어렵다. 성장 동력을 가진 스타트업 등에 돈이 갈 수 있도록 옥석 가리기가 명확히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가 26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을 공개하며 페널티 조항이 없고 기업 자율에 맡기겠다고 강조한 것과 다른 취지로 해석되기도 했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세부안 발표 후 하락세를 보이던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이 반등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이 원장 발언에 대해 “밸류업 프로그램과는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이른바 ‘좀비 기업’들에 대한 상장폐지 절차 기간을 단축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재확인한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와 입장이 같은데, 바라보는 지점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며 “현저히 기업가치가 미달하는 기업까지 끌고 갈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금감원장은 “이해상충·고객자금 유용 등 위법이나 위규 사항이 발견된 금융투자사는 연기금 운영이나 공적 영역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겠다”고도 말했다.
그는 “5월 중 미국 뉴욕 등 금융 선진국에서 민관 합동 IR을 계획해 4∼6월 사이 구체화될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해 해외 투자자에게 설명할 기회를 준비 중”이라며 “(밸류업 프로그램은) 짧게 보면 상반기 중 발표할 내용, 길게 보면 현 정부 3년간 일관적으로 추진할 노력”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홍콩 H지수 기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관련해 배상안이 내달 초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융사와 투자자 간 ‘책임 분담 기준안’에 대해 “초안은 마무리가 된 상태로 다음 주말을 전후로 설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분쟁조정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어 “(금융사들이) 소비자나 이해관계자에게 적절한 원상회복 조치를 한다면 제재·과징금 감경 요소로 삼는 게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일각에서 제기된 과거 이익은 손실에서 공제하고 증권사 가입자는 배상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성급한 결론”이라며 “사모펀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로 다양한 경험이 있고, ELS 손실 분담안은 다양한 이해관계와 요소를 반영하는 형태”라고 일축했다.
한편, 공매도 재개에 대해서는 “내달 개인투자자와의 간담회를 추진한다”며 “그때 당국 입장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buil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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