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 주가가 연일 힘을 쓰지 못하면서 시가총액 2위 자리마저 위태로워지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전날보다 0.59% 하락한 169.12달러(22만5천521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7일(182.63달러) 이후 6거래일 연속 하락이다. 이날 나스닥 지수는 3일만에 상승했지만, 애플 주가는 지난 이틀간 악재의 여파로 힘을 받지 못했다.
지난 4일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로부터 음악 스트리밍 앱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18억4천만 유로(약 2조 7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는 소식에 2% 이상 떨어졌다.
5일에는 중국 내에서 이례적인 할인 행사에도 올해 첫 6주 동안 아이폰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24% 줄었다는 소식에 3% 가까이 하락하기도 했다.
계속된 주가 하락에 한때 3조 달러를 넘어섰던 시가총액도 이날 종가 기준 2조6천110억 달러로 쪼그라들었다.
지난 1월 마이크로소프트(MS)에 ‘시총 1위’ 자리를 내준 데 이어 이제 3위 엔비디아에도 쫓기는 처지가 됐다.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앞세워 8개월 만에 1조 달러에서 2조 달러로 몸집을 부풀린 엔비디아는 이날도 주가를 3.18% 끌어올렸다.
시총도 2조2천170억 달러를 기록하며 애플과 20%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애플은 올해에만 주가가 12% 이상 하락했다. 월가에서는 부정적인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최근 골드만삭스의 강력한 추천 종목들인 컨빅션 리스트(Conviction list)에서 애플은 제외됐다. 또 투자 자문사 에버코어 ISI의 추천 목록(tactical outperform list)에서도 빠졌다.
AI 열풍이 불고 있지만, 애플은 경쟁사들보다 뒤처져 있다는 평가 때문이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AI 분야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고 밝혔지만, 월가를 안심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반면, 엔비디아는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을 제치고 시총 3위 자리로 뛰어오른데 이어 이제는 주가 1천 달러를 넘보고 있다.
엔비디아의 현재 주가는 887달러로, 이미 여러 증권사가 목표주가를 1천 달러 이상으로 올려잡았다. 애플 주가가 계속해서 지지부진하고 엔비디아가 목표주가를 달성하면 애플은 2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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