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 한파와 더불어 잠재적 위기 뇌관으로 지목되던 지방 은행 이슈가 뉴욕커뮤니티뱅코프(NYCB) 주가 롤러코스터로 다시금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6일(현지시각) 뉴욕증시 장중 40% 급락하며 거래가 일시 중단됐던 NYCB는 거래 재개 후 7.45% 반등 마감했다. 외부로부터 10억달러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덕분이다.
NYCB가 자금 조달 성공으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을 기회를 새롭게 얻긴 했으나, 상업용 부동산 시장과 은행권에 드리운 위기 그림자는 여전히 걷히지 않은 상태다.
특히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가슴을 쓸어 내렸던 시장 참가자들은 1년여만에 다시금 불거진 은행권 위기가 인공지능(AI) 성장 기대 속에 순항 중인 증시와 시장 전반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지 우려하고 있다.
◆ 한숨 돌린 NYCB, 상업용 부동산 불안도 잠재울까
NYCB 주가는 1월 말 예상치 못한 분기 손실과 배당 축소를 발표하면서 한 차례 폭락을 경험한 바 있다.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며 대출 부실이 심화된 것이 실적에 직격타를 미쳤는데, 특히 4분기 NYCB의 대손충당금이 전 분기 6200만달러에서 5억5200만달러로 급증하면서 큰 폭의 손실을 기록하게 됐다.
여기에 NYCB가 배당액을 주당 17센트에서 5센트로 70% 축소하기로 하고, 뒤이어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NYCB 신용등급을 투자 부적격을 의미하는 ‘정크’로 낮춘 데 이어 피치도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연초 10달러를 웃돌던 주가는 60% 넘게 폭락했다.
지난달 4달러선에서 안정세를 찾는 듯하던 NYCB 주가는 2월 말 경영진 교체와 내부통제 문제 공개로 다시 2달러선까지 빠졌다.
이날 장중 2달러가 무너졌던 NYCB는 스티므 므누신 전 재무부 장관이 몸담고 있는 리버티 스트래티직 캐피털과 퍼드슨 베이 캐피털, 리버스 캐피털 파트너스 등이 NYCB에 10억달러 이상을 투입하는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단 3달러선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그와 관련된 은행권 역시 안전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상업용 부동산시장 데이터분석 업체 트렙(Trepp) 최고상품책임자 로니 헨드리는 “은행들이 오피스 및 전통적인 멀티패밀리 부동산대출 포트폴리오를 대규모로 갖고 있다는 점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수백억 달러 대출 만기가 돌아오고 건물 가치 재평가가 이뤄지면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모기지은행가협회(MBA)에 따르면 올해 중 만기가 도래하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 여신은 9290억달러 정도인데, 이 중 은행권 보유 물량은 4410억달러다.
문제는 자산 가치가 대출금을 밑도는 ‘깡통’ 비중이 전체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14%, 오피스빌딩 담보 대출의 44%인 상황이라 디폴트 가능성은 점차 커지고 있다.
콜롬비아 대학 경영대학원의 토마즈 피스코스키 교수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현 수준의 금리가 유지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디폴트율이 2008년 대공황 당시만큼 오르거나 그 이상 뛸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은행들이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과 디폴트율 상승에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면 1년 전 SVB 파산사태 당시처럼 뱅크런(bank run, 대규모 예금 인출 사태)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