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 돌파를 앞두고 있던 지난 1일, 개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기습을 감행했습니다.
워싱턴 서부 지역 연방 법원의 타나 린(Tana Lin) 판사는 이날 SEC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이른바 2차 코인 거래를 증권으로 봐야한다고 판시했습니다.
SEC는 즉각 판결을 환영하고, 이 판례를 코인베이스, 바이낸스US, 크라켄 등에 대한 소송에 활용키로 했습니다.
# 도대체 무슨 소송?
이날 판결은 코인베이스 전직 직원의 암호화폐 내부자 거래 혐의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직원은 잘 알려지지 않은 몇몇 알트코인 정보를 가족과 친구에게 몰래 공유했고, 들통이 나자 미국 사법당국과 합의를 봤습니다. 유죄를 인정한 거죠.
간단히 끝날 이 사건이 일파만파 커진 것은 SEC와 합의를 보지 않고 도피한 피고인 친구 라마니 때문입니다. SEC는 행방을 알 수 없는 라마니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습니다. 린 판사는 라마니가 유죄라는 판결을 내리면서 “거래소에서의 코인 거래를 증권으로 봐야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이날 판결은 궐석 재판이었습니다. 라마니는 법정에 나타나지도 않았고, 재판 내내 단 한 번도 변론을 하지 않았습니다. 라마니가 저지른 내부자 거래를 단죄하려면 그 행위가 벌어진 암호화폐 거래소에서의 코인 거래가 증권인지를 판단해야 했고, 린 판사는 SEC의 주장을 그대로 들어준 겁니다.
만약 라마니가 적극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변호했다면 이날 판결이 달라졌을 지도 모르죠. 그러나 라마니는 종적을 감췄고, 그 누구도 그를 변호를 할 수 없었습니다. 갠슬러는 이점을 노렸는지도 모릅니다.
# “거래소의 2차 코인 거래도 증권이다”
피고가 출석하지 않은 재판이지만 린 판사는 거래소에서의 코인 2차 거래를 증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논리는 이겁니다.
판사는 이 사건이 ‘호위 테스트'(Howey Test)’ 의 조건들을 어떻게 충족시키는지를 명시했습니다. 호위 테스트는 무엇이 증권인지를 결정하는 대법원 판례입니다.
판사는 SEC의 불만 사항과 주장을 듣고, 테라폼 랩스 등 이전 사례의 판결을 다수 인용했습니다.
“토큰 발행인들은 토큰을 통한 투자 수익 가능성을 홍보했다. 이는 발행인의 관리팀이 토큰의 수요와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창조, 개발, 유지하는 노력 등을 포함한다.
일부 토큰 발행인들은 심지어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토큰의 일일 가격을 게시했다. 따라서 어떤 객관적인 투자자라도 토큰 거래로부터 이익을 기대했을 것이다.
(출석하지 않은) 라마니의 공동 피고인들은 관련 형사 절차에서 많은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다.
따라서 2차 시장에서의 코인 판매에도 증권성이 적용된다.”
# 귀중한 판례를 손에 쥔 겐슬러
라마니가 큰 사고를 친 겁니다. SEC는 “코인 판매가 증권”이라는 연방법원의 판례를 얻은 것이죠. 한 개인에 대한 판결이고, 궐석 재판인데 이것이 판례로 의미가 있을까요? 중요도가 떨어지기는 하지만 어쨌든 연방법원이 내린 판결이고, 판례입니다.
SEC는 코인베이스 및 바이낸스 US에 대한 소송을 다루는 재판부에 코인의 2차 시장 판매와 관련한 보충 사례로 이번 판결 내용을 즉각 제출했습니다.
SEC 대변인은 성명에서 “2차 시장에서의 암호화폐 거래가 증권 거래일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에 만족한다”며 “법원은 호위 테스트의 맥락에서 특정 암호화폐의 2차 시장 플랫폼에서의 거래가 투자 계약 증권 거래였다고 구체적으로 판결했다”고 말했습니다.
SEC는 “우리는 2차 시장에서의 암호화폐 자산을 포함하여 연방 증권법을 위반한 자들에 대해 계속해서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관할권이 SEC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지난해 리플 랩스, 그레이스케일 판결에서 휘청거렸던 겐슬러가 역습에 성공한 순간입니다.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US 변호사들이 이 판례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무력화시킬 것인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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