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한 숨 돌리는 듯했던 신흥국 통화가 재차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인도 루피화와 터키 리라화, 남아공 랜드화를 중심으로 신흥국 통화의 도미노 하락이 재개되는 양상이다.
인도 루피화 지폐 [사진=로이터 뉴스핌] |
국제통화기금(IMF)의 아르헨티나 자금 지원과 터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위기 대응에 안정을 찾는 듯했던 신흥국 외환시장이 국내외 악재에 휘둘리고 있다.
터키 9월 인플레이션 지표에서 핵심 물가가 24% 급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자 투자자들 사이에 중앙은행의 대응이 한 발 늦었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아울러 정책자들의 금리인상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번지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이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추가 긴축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투자 심리를 냉각시키는 요인이다.
이미 사상 최저치 수준으로 밀린 터키 리라화가 또 한 차례 바닥이 무너지는 하락을 연출할 수 있다는 우려다.
러시아 루블화는 바라보는 시선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해킹 스캔들이 EU를 중심으로 국제 사회의 추가 제재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 상승이 루블화에 버팀목을 제공했지만 추가 제재가 가시화될 경우 하락 압박에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다.
남아공 랜드화는 국채 수익률이 연중 최고치까지 뛴 가운데 1개월래 최저치로 밀렸다. 엔란라 네네 재무장관의 사임 소식에 오는 24일 발표 예정인 예산안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가 증폭된 결과다.
2026년 만기 남아공 국채 수익률은 9.28%까지 상승했고, 랜드화는 1.5% 밀렸다. 달러화에 대한 1주일 내재변동성은 21.2%까지 치솟으며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인도 루피화도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주 중앙은행의 금리 동결에 투자자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금융권 유동성 경색 조짐의 심각성에 대해 정책자들이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중국 위안화의 약세 흐름도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중국 금융시장의 연휴가 종료된 가운데 위안화는 1% 가까이 하락하며 달러 당 7위안 선에 바짝 근접했다.
미국과 극심한 무역 마찰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최근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이 배경으로 지목됐다.
무엇보다 다음주 미 재무부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서 발표를 앞둔 시점에 트럼프 행정부의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가 뜨거운 감자다.
이날 블룸버그는 지난 6개월 사이 위안화가 달러화에 대해 9% 급락한 만큼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중국의 환율조작국 지정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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