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한지훈 민선희 기자] 최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원화마켓에서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넘어서는 등 가상자산 시장이 연일 들썩이고 있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상승장이 지난 2021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21년에는 단순한 ‘가격 상승’이 가장 큰 투자 유인이었다면, 이번에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편입이 계기가 됐기 때문이다.
◇ 비트코인 사상 처음으로 1억원 넘어…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본격화
13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에서 1비트코인 가격은 1억100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11일 사상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선 이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상승장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미국 증시 상장에 대한 기대를 발판으로 시작된 측면이 크다.
세계 유수의 기관 투자자들이 ETF 기초자산인 비트코인 현물을 사들이고, ETF에도 일반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면서 수급 상황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현물 ETF가 과거 금 현물 ETF보다 빠른 속도로 몸집을 불리고, 비트코인 가격 역시 우상향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어지는 흐름이다.
최근에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1조5천억달러에 육박해 대표적인 원자재 자산 중 하나인 은을 추월하기도 했다. 그간 금융업계에서 의구심을 낳던 가상자산 시장이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계기로 사실상 제도권 안으로 편입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이 전고점 돌파 후 한동안 조정기를 겪더라도 과거처럼 ‘크립토 윈터’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폭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시장이 성숙하고 투자자들의 경험도 누적되면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자산이 신뢰할 만한 투자 자산으로 인정받는 과정에 있다는 게 업계 평가다.
코빗 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앞으로 현물 ETF가 여러 자산관리 채널을 통해 유통될 것”이라며 “이는 비트코인의 가치에 장기적이고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업비트 투자자보호센터도 “비트코인이 제도권 금융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면서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 자산 전반에 대한 인식 변화가 기대된다”며 “7월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 시행으로 시장 안정성 확대, 투자자 보호 기반도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알트코인 따라 오르지만, 가치 증명은 관건…옥석 가리기 중요”
가상자산 대장주에 해당하는 비트코인은 보통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의 상승세도 견인해왔다. 실제로 대표적인 알트코인인 이더리움은 이날 기준 560만원대에 거래되는 등 올해 들어서만 약 84% 넘게 올랐다.
다만 지난 2021년 상승장과 달리, 알트코인의 성장세가 비트코인에는 못 미친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고점이었던 2021년 11월과 비교해 비트코인 비중은 43%에서 52%로 증가했지만, 이더리움(ETH) 비중은 19%에서 18%로 소폭 감소했고 기타 알트코인의 비중은 33%에서 26%로 줄었다”고 짚었다.
지난 강세장에서는 대체불가토큰(NFT),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메타버스 등 웹3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을 이끌었다면, 이번에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승인 등 제도적 채택이 주요 배경이 됐다는 점에서 이 같은 차이가 비롯됐다는 설명이다.
임 연구원은 현 장세를 ETF를 통한 기관의 신규 진입과 개인투자자들의 투기 수요가 공존하는 국면이라고 판단하며 올해 상반기 강세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난과 재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밈코인’이나, 인공지능(AI) 코인 급등 등은 투기적 수요의 지표라고 언급했다. 임 연구원은 “비트코인 외 다수의 프로젝트는 가치 증명 문제에 직면했다”며 “가상자산 생태계 내에서 대중적 채택을 이끌 킬러앱은 부재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자금 유입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2021년처럼 ‘가격 상승’이 투자의 유일한 동인이 돼선 안 된다”며 중장기적 관점에서 ‘옥석 가리기’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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