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NATO 탈퇴 경계감
지정학적 리스크도 매수 자극
단기적으로 연준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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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황숙혜 기자 = 금값이 최근 5거래일 사이에만 5% 이상 랠리, 위험자산과 동반 상승하는 가운데 투자은행(IB) 업계는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씨티그룹은 3월6일자 보고서를 내고 향후 금값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2024년 하반기 금값이 온스당 평균 2300달러 선에서 거래될 것이라는 얘기다.
더 나아가 가장 강력한 상승 시나리오가 적중할 경우 금값이 앞으로 6~12개월 사이 온스당 3000달러까지 뛸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주장한다.
베렌버그 역시 보고서를 내고 최고치 기록을 세운 금 현선물 가격이 추가 상승할 여지가 높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제시한 강세론 배경에는 미국 정치권 변수가 자리잡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에 대해 핵 공격으로 대응한다는 엄포를 놓은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미국의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탈퇴를 추진, 전세계 지정학적 리스크를 고조시킬 것이라는 관측이다.
최근 1년 금값 추이 [자료=블룸버그] |
이 같은 우려는 월가보다 정치권에서 먼저 제기됐다. CNBC를 포함한 미국 언론에 따르면 2월 NATO 회원국들이 소위 ‘트럼프 리스크’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난 2016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다가 낙마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당선되면 지체 없이 NATO 탈퇴를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거 유세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블룸버그] |
미국 의회는 2023년 12월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의회의 승인 없이 NATO 탈퇴를 추진할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NATO에 방위비 분담금 지급을 거부, 미국이 사실상 이름만 걸어 놓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수 차례에 걸쳐 NATO 회원국들이 GDP의 2%로 정해진 분담금을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는다며 쓴 소리를 냈고, 최근 한 경선 유세에서 분담금을 온전하게 부담해야 군사 위협으로부터 보호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베렌버그는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은 금값에 커다란 호재가 될 것”이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치솟으면 안전자산을 찾는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가 미국 경제의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최근 투자자들의 ‘골드 러시’에는 이 같은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될 경우 동맹국을 포함한 모든 해외 수입품에 대해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한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
뿐만 아니라 워싱턴 포스트(WP)는 소식통을 인용해 그가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최대 60%의 관세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해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씨티그룹은 이번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이 금 매입을 통해 침체 헤지에 나서는 움직임”이라며 “11월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이 같은 트레이딩을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월가의 채권 트레이더들이 불과 3개월 뒤인 6월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를 점치는 상황에 금값이 강한 상승 모멘텀을 과시하는 데는 이 같은 논리가 자리잡고 있다는 얘기다.
액티브트레이더의 리카도 이벤젤리스타 애널리스트 역시 배런스와 인터뷰를 갖고 “글로벌 경제와 지정학적 리스크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금리 인하 기대감과 맞물려 금값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지금부터 단기적인 금값 향방에 연준의 정책 행보가 가장 결정적인 변수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ING는 보고서를 통해 “연준 정책자들의 발언과 3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제시될 점도표 및 경제전망요약(SEP),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이 단기적으로 금값을 쥐락펴락할 전망”이라며 “금값 자체의 변동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높은 금리가 금값에 악재인 만큼 이른바 피벗(pivot, 정책 전환) 시기가 늦춰지거나 연준 안팎에서 매파 목소리가 힘을 얻으면 고공행진하는 금값이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채권 트레이더들이 판단하는 3월 금리 동결 가능성이 95%에 이른다.
5월 역시 기준금리 동결에 79.9%의 가능성이 실렸고,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은 19.3%로 점쳐진다. 6월의 경우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이 55.8%로 집계된 상황.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본부 [사진=블룸버그] |
일반적으로 금값은 단기물 국채 수익률 등락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자와 배당을 지급하지 않는 특성 때문이다.
금값이 최고치 기록을 세웠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한 실질적인 가격이 역대 최고치에 여전히 크게 미달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물가 상승을 감안할 때 금값 상승 여지가 아직 크다는 얘기다. 도이체방크는 보고서를 내고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실질적인 금의 가치는 과거 1980년과 2011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인 2020년 고점을 크게 밑돈다”며 추가 상승 가능성을 열어 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중동 사태와 유가 주도의 물가 급등이 발생했던 1980년 인플레이션 상승을 감안한 금값이 온스당 3355달러까지 치솟았다는 얘기다.
부정적인 의견도 없지 않다. 2023년 10월 온스당 1845.20달러까지 후퇴했던 금 선물이 단기간에 17% 뛰었지만 정점을 찍고 하락 반전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투자의 네 기둥(The Four Pillars of Investing)’의 저자인 윌리엄 번스타인은 CNBC와 인터뷰를 갖고 “현 시점에 금을 매입한다면 금값 상승으로 수익률을 올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금은 일종의 보험이라는 생각으로 매입하는 것이 적절한 자산”이라며 “경기 둔화에 따른 손실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제한적인 기대 수익률에 매입하는 자산이 금”이라고 말했다.
상대적인 수익률 측면에서 금의 투자 매력이 그리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뉴욕 소재 재무 컨설팅 업체 본 파이드 웰스의 더그 보네파드 창업자는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높아질 때 금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어나지만 역사적으로 다른 자산에 비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지는 못했다”며 “10년 전 S&P500 지수에 1만달러를 투자했다면 3만2700달러의 수익을 달성 했겠지만 금에 투자했다면 손에 쥔 투자 수익이 1만4700달러에 불과하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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