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합뉴스 김기성 기자] 둔화세가 주춤했던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예상치를 웃도는 생산자물가지수(PPI) 등의 자료가 공개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연기 전망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이하 현지시간) 소매 판매가 소비자 지출 둔화를 시사했음에도 인플레이션과 실업수당 관련 새로운 데이터는 연준 인사들이 금리 인하를 지연할 더 많은 이유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이들 데이터는 금리를 낮추기 전에 더 많은 진전을 볼 필요가 있다는 연준 인사들의 견해를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 PPI·실업수당, 인하 보류에 무게…소매 판매는 상승률 둔화
이날 미국 노동부는 2월 PPI가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0.3% 상승을 예상한 전문가 전망치를 크게 웃돈다. 전년 동기보다는 1.6% 올라 지난해 8월 이후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에너지와 식품 등을 제외한 근원 PPI 역시 전월 대비 0.4% 올라 전문가 전망치(0.2%)를 상회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2.8% 상승했다.
이틀 전 발표된 CPI의 경우 전월 대비 0.4%, 전년 동월 대비 3.2% 각각 상승하면서 전망치를 소폭 웃돈 바 있다.
이날 발표된 지난주(3∼9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천건 줄어든 20만9천건으로, 전문가 전망치(21만8천건)를 밑돌아 금리 인하를 위한 고용시장의 둔화 기대감이 위축됐다.
다만 2월 소매 판매의 경우 상승률이 전월 대비 0.6%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다소나마 물가 우려를 덜어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당국의 최신 소비자 및 생산자 물가지수는 인플레이션과 관련한 진전이 정체되거나 심지어 역전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CPI 및 PPI 측정에 사용되는 주요 구성 요소들은 연준의 선호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에도 이용되면서, 이번 달 후반에 발표될 2월 PCE 역시 전달에 이어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안 셰퍼드슨은 근원 PCE가 0.4%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는 1월 수치와 같다. 투자은행 바클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약 0.3% 상승을 기대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감 시점 연준의 오는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62.9%로 전날보다 소폭 하락했다.
◇ 금리 인하는 언제…늦춰지는 시기와 줄어드는 횟수
자산운용사 인베스코의 크리스티나 후퍼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예상보다 더 뜨거운 인플레이션 지표에도 연준이 2분기 말까지 금리 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
이코노미스트 셰퍼드슨의 경우 이번 PPI 결과를 바탕으로 금리 인하 전망을 6월로 미뤘다.
프랭클린 템플턴의 제니 존슨 최고경영자(CEO)도 연준이 올해 7월 혹은 9월에 금리 인하를 시작할 것으로 예상했다.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AllianceBernstein)은 올해 금리 인하 횟수 전망을 기존 5~6차례에서 현재는 3~4차례로 축소했다.
채권시장에서도 올해 금리인하 폭에 대한 기대치를 대폭 낮추면서 이번 FOMC에서 공개될 점도표(기준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도표)를 기다리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블룸버그는 연준의 점도표가 국채 시장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연준 정책 입안자들의 예측 중앙값은 올해 금리가 3차례 0.25%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이번 소매 판매 보고서는 경제가 강하지만 냉각되고 있다는 우리의 견해를 뒷받침한다”며 “연준으로서는 금리와 관련해 다음 조치를 서두를 이유가 없다”라고 밝혔다.
이날 PPI 자료로 인해 금리가 더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미국 10년물은 10bp 상승한 4.29%를 기록하는 등 국채금리는 오르고,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주요 주가지수는 0.3% 안팎으로 하락했다.
오는 19~20일 열릴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는 5회 연속으로 금리가 동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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