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비트코인이 사상 처음으로 1억원을 돌파한 지 4일 만에 첫 하락세를 맞았다. 향후 상승 촉매제로 꼽혔던 ‘금리인하’ 가능성이 옅어지면서다. 이를 시작으로 거품이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이날 오후에만 8% 빠지며 국내 원화마켓에서 1억원을 반납했다. 지난 11일 1억원을 돌파한 뒤 맞은 첫 번째 급락이다.
이날 비트코인은 최근 들어 가장 큰 변동폭을 나타냈다. 변동성의 상징인 ‘코인’다운 모습을 여과없이 드러낸 것이다. 새벽부터 오전과 오후 순서대로 기록한 가격대는 9900→1억400→9600만원이다.
비트코인이 갑작스럽게 롤러코스터를 탄 이유는 ‘금리인하’ 가능성이 멀어진 탓이다. 전날 저녁 발표된 2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0.3%)를 크게 웃돌면서다. 미국 노동부는 14일(현지시간) 2월 PPI가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또 앞서 발표된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대체로 예상치를 웃돌았다는 점에서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사그라진 상태다.
그간 금리인하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반감기 등을 이을 후속 호재로 평가 받았다. 통상적으로 주식과 함께 위험자산군에 속하는 가상자산은 금리인하 기대감이 커질수록 선호되는 경향이 있다.
◆이유있는 하락, 조정으로 이어질까
이번 비트코인 급락 요인이 명확하다는 점에서 조정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연초부터 큰 하락 없이 1억원까지 돌파한 점도 경계심을 부추긴다. 이제 떨어질 때가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분석 회사 스위스블록 분석가는 13일(현지시간) 메모를 통해 “비트코인은 지난 1월 이후 의미 있는 하락 없이 두 배 상승했다. 오르기만 하는 것은 없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라며 “비트코인 냉각기가 임박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가상자산 분석업체 글래스노드는 “반작용 없는 움직임은 없다. 비트코인도 곧 반작용이 일어날 것 같다”며 “투심이 과열됐고 이제는 쿨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파생 시장에서의 수치들도 조정 가능성을 시사한다. 미결제약정이 역대 최고치를 달성하면서다. 일반적으로 미결제약정이 증가하는 것은 가격 변동성 전조로 간주된다.
실제로 기관투자자 위주 거래소인 시카고선물거래소(CME)에서의 비트코인 파생 거래 미결제약정은 최근 역대 최고치인 10억달러(1조3295억원) 규모를 달성했다. 비트코인 파생상품 시장에서 CME의 시장 점유율은 25%에 달한다.
이외에 개인투자자 위주 거래소인 바이낸스와 오케이엑스(OKX) 등에서의 미결제약정도 역대 최고치에 근접했다.
◆”다음 최고점 위한 일시적 후퇴”
다만 조정이 오더라도 일시적 후퇴에 가까울 것이란 평가도 잇따른다.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해 유입되는 자금 규모가 바닥을 지지해 줄 것이란 분석이다.
백훈종 샌드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올해는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하려는 중장년층 올드머니(old money·물려받은 부)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해 유입됐다”며 “이 덕분에 비트코인은 조정을 받을지라도 바닥을 지지하다 결국 또 올라가는 우상향 패턴을 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헨릭 제버그 스위스블록 분석가는 “상대강도지수(RSI)를 고려하면 비트코인 하락은 며칠 내로 일어날 수 있다”면서도 “다만 거시적 관점에서 다음 최고점 경신을 위한 일시적 후퇴일 뿐”이라고 진단했다.
맥디(MAC-D) 크립토퀀트 기고자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한 미국 기관 투자자의 매수세가 더 강하게 붙을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거시 경제 이슈 등으로 인해 가격이 폭락하더라도 스프링처럼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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