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경수현 특파원] 일본의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설지에 국제 금융시장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일본은행은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다.
금융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2016년 2월부터 취해온 마이너스 금리의 해제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는 기류다.
실제 이를 반영하듯이 지난주 도쿄 증시는 5거래일 중 나흘은 하락 마감하는 등 약세 흐름을 보였다.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지난 15일 38,707로 장을 마쳐 전주말보다 2.5%가량 떨어졌다.
마이너스 금리 해제를 점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들의 임금 인상이다.
일본 최대 노동조합 조직인 ‘렌고'(連合·일본노동조합총연합회)는 지난 15일 평균 임금 인상률이 작년 같은 시점보다 1.48%포인트 높은 5.2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틀 전인 13일 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이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에 답을 내놓는 이른바 ‘집중 회답일’에서도 이미 큰 폭의 임금 인상 흐름이 포착됐다.
일본은행은 그동안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변경하려면 ‘물가 상승과 임금 상승의 선순환’이 확인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물가는 이미 일본은행의 물가 목표를 넘어선 상황이다.
지난해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신선식품 제외)는 3.1% 오르며 198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올해 임금 협상 결과가 중요한 정책 판단의 근거가 될 것임을 시사해왔다.
이에 따라 일본 언론들도 일본은행의 이번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 기사를 최근 쏟아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6일자 기사에서 “여건이 마련됐다”며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일본은행은 2016년 2월부터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기면 -0.1%의 단기 정책금리(당좌예금 정책잔고 금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만일 이번에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버리면 2007년 2월 이후 17년 만의 금리 인상이 이뤄지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거품 경제가 무너지고 이에 대응하면서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이어왔다.
마이너스 금리뿐만 아니라 중앙은행이 국채를 무제한 매입하면서 국채 시장 금리를 직접 통제하는 장단기금리조작(YCC), 사실상 중앙은행이 자국 기업 주식을 사들여 증시를 떠받치는 상장지수펀드(ETF) 매입 등이다.
당장 이런 금융완화 정책을 한꺼번에 풀기는 쉽지 않겠지만 마이너스 금리 해제와 함께 ETF의 매입 중단 발표 등도 금융시장에서 예상하는 정책 전환 방식이다.
실제 우치다 신이치(内田真一) 일본은행 부총재는 지난달 한 강연에서 “대규모 금융완화 수정 때에는 ETF의 매입도 중단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의 ETF 매입은 지난 2010년부터 도입됐다. 한때는 연간 6조원(약 54조원) 규모로 매입했다.
일본은행이 작년 9월 집계한 보유 ETF의 시가는 60조6천955억엔으로, 장부가(37조1천160억엔) 대비 평가이익이 23조5천794억엔이었다.
일본의 민간 연구소인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올해 2월말 현재 일본은행 보유 ETF의 시가가 약 71조엔으로 불어난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일본의 주요 공적연금을 관리·운용하는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이 보유한 일본 주식보다 일본은행이 ETF를 통해 보유한 주식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일본은행은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를 0% 정도로 유도하는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조금씩 미세 조정을 해왔다.
예를 들어 재작년 12월 금리 변동폭 상한을 종전 0.25%에서 0.5%, 작년 10월에는 0.5%에서 1%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ev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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