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이 동시에 급등하는 기현상에 한국은행의 금리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까지 기준금리를 낮추면 자산가격이 더 치솟으며 거품이 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최근 침체된 부동산 시장까지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인하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 됐다.
17일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 4월물 금값은 온스당 2188.60달러로 마감하며 1997년 금 선물 거래 이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금 현물 가격은 9만원을 넘어섰다. 그런가 하면 가상화폐 비트코인은 지난 11일 1억원을 돌파했고, 코스피도 지난 14일 2년만에 2700선을 돌파했다.
통상 자금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이나 위험자산 중 한쪽으로 자금이 쏠리면 다른 쪽에서는 빠져나가는 현상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과 위험자산의 대표인 가상화폐나 증시가 동시에 치솟는 현상은 이례적으로 받아 들여진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한다.
모든 자산가치가 급등하는 ‘에브리싱 랠리’이 시장의 금리 인하 예상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한은의 금리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그동안 금리 결정에는 물가와 성장, 글로벌 주요국들의 통화정책이 주로 작용했지만, 최근 자산가치까지 주요 변수로 떠오르면서다.
자산가치의 지나친 급등세는 금리 인하 신중론에 설득력을 더하는 요소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자산 가격 상승 기대가 확산될 경우 침체됐던 부동산 경기를 자극할 우려도 높다. 이는 그대로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져 소비위축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세운 자본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금리 인하는 자산가격 과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히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더뎌진 상황에서 부동산 자극과 가계대출 급증 우려에 한은은 금리 인하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주요 금리 결정 요인으로 물가와 성장, 가계부채, 글로벌 주요국과의 금리 차이 등을 언급했던 한은 내부에서도 최근 자산 가치인 주택 가격을 직접 거론하기 시작했다.
2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한 위원은 “높은 가계대출은 국내 경제에 큰 부담 요인”이라면서 “향후 기준금리의 통화 완화 시점 결정에 있어서 주택 가격과 함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다른 위원은 “섣부른 완화 기대는 둔화된 주택 가격 매수심리를 자극하고 민간 부채의 추가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 부담이 줄면서 대출을 일으켜 부동산 투자에 다시 나설 여지가 있다”면서 “가계부채 증가는 소비를 위축시켜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만큼 금융당국이 적극 나서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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