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17년만에 해제했지만 임금과 물가가 모두 상승하는 선순환이 지속되지 않고, 일본 경제가 장기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졸속 정상화’라는 비판을 받을 리스크가 있다고 지지(時事)통신이 20일 보도했다.
거품(버블)경제 붕괴 후, 일본은행은 25년에 걸쳐 이례적인 금융완화책을 계속해 왔지만, 디플레이션으로부터의 완전 탈출은 이루지 못해오던 끝에,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최근 2%의 물가 목표의 지속적·안정적인 실현을 전망할 수 있었다고 판단, 전 금리인상을 통해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총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지속적인 임금인상이 적당한 물가상승으로 파급되는 선순환이 이어지면 추가 금리인상도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금융정책 정상화가 더욱 진행될 수 있다.
다만 미즈호 증권의 우에노 야스야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잠재 성장률이 0%대에 머무르는 일본이 미국과 같은 2%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 일본은행은 계속해서 어려운 조정을 강요받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아사히신문은 “물가의 영향을 포함한 실질임금은 22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고, 임금은 고물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이 때문에 소비는 늘지 않고 작년 10~12월 국내 총생산(GDP)의 2차속보에서도 개인 소비는 전기 대비 0.3% 감소하는 등 약한 채로 있다. 디플레이션 탈피 선언이 언제 나올지는 전망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게다가 미국은 연내에 금리 인하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보여, 그렇게 되면 단번에 엔고가 진행될 우려도 있다”며 총리실의 한 간부는 “앞으로의 조정을 잘못하면 금융정책 정상화는 곧 탈선하고 말 것이다”라고 우려했다고 전했다.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결정이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들이 금리인하를 모색하는 것과는 “차이가 선명”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지통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유럽중앙은행(ECB)은 대폭적인 금리 인상을 끝내고 금리 인하 개시 시기를 탐색하는 단계에 있다고 지적하면서 “일본은행과 미·유럽 주요 중앙은행의 정책 국면은 다르고, 외환 시장 등에 예기치 않은 변동을 가져오는 리스크도 안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은행이 디플레이션 탈피에 애를 먹는 가운데 연준과 ECB는 코로나 사태로 인한 서플라이체인(공급망) 혼란에 따라 역사적인 고인플레이션에 대처하기 위해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연준은 정책금리를 연 5.25~5.50%, ECB도 정책금리 중 하나인 중앙은행 예입(예치)금리를 연 4.00%의 높은 수준으로 동결하고 물가상승 압력 완화에 노력하고 있다.
금융 긴축과 공급망의 회복으로 미국과 유로존의 인플레이션율은 정점에서 크게 떨어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7일 미 의회 증언에서 금리 인하의 전제로 한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한 확신이 얻어질 때까지 그리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같은날 기자회견에서 긴축적인 금융정책의 전환을 위해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ECB는 경제지표를 주시하면서 금리 인하 타이밍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연준과 ECB는 국채 등 자산 매입을 통한 양적 금융완화책으로 코로나 사태로 악화된 경제를 지탱해왔으나 이에 따라 팽창한 보유자산 축소에도 나서고 있다. 일본은행이 앞서 도입한 양적완화책은 2008년 ‘리먼 쇼크’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도 채택됐고, 연준과 ECB는 자산 정상화도 꾸준히 추진함으로써 다음 쇼크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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