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5.25∼5.50%로 5연속 동결하면서 연내 예상되는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3회로 유지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과잉 긴축’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 발표를 앞두고 월가의 관심은 연준 위원들이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 방침을 유지할지에 쏠려있었다.
앞서 미 연준이 지난해 12월 FOMC 직후 공개한 점도표에서는 연준 위원들이 2024년 중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는 전망이 담겼다.
그러나 올해 1월에 이어 2월 들어서도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가 예상보다 높게 기록되면서 물가상승률이 2%대 후반에서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해서 이동하고 있다는 확신’을 금리인하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어 온 연준이 금리 인하에 더 신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분석으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월가 전문가들은 연준 위원들이 연내 세 차례 인하 전망을 유지할지 아니면 두 차례 인하로 바꿀지에 관심을 집중해왔다.
연준 위원들은 이날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에서 3개월 만에 2.1%로 상향 조정하면서도 개인소비지출(PCE)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기존의 2.4%로 유지했다.
물가상승률 둔화세가 기존 둔화 추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본 것은 최근 1∼2월의 예상을 웃돈 물가 추이가 일시적인 현상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7일 연방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인플레이션 둔화 확신을 갖게 될 지점이 멀지 않았다고 말해 이런 시각을 앞서 시사한 바 있다.
한편 일각에선 연준 구성원 일부가 과잉긴축을 우려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닉 티미라오스 기자는 “회복력 있는 미국 경제 상황으로 인해 현 통화정책이 너무 긴축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잃었지만, 상황이 곧 바뀔 수 있다”라고 진단하면서 연준 인사들이 급격한 수요 위축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했다.
이민자 유입 증가 및 노동시장 참여 확대 등과 같은 일시적인 공급 측 요인 효과가 끝나면 긴축정책의 여파가 갑자기 가파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파월 의장은 지난 1월 31일 FOMC 후 회견에서 “(공급 측 회복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상황이 중단되면 (통화) 긴축 효과가 더욱 가파르게 나타날 수 있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는 수요를 지탱했던 팬데믹 부양책의 ‘반짝 효과’도 힘을 잃고 있다고 진단하며 “최근 신용카드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소득 하위에서 중간 구간의 소비자들이 돈을 소진해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시장은 이날 연준의 점도표 결과를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성향으로 받아들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이날 오후 2시 30분 현재 6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74%로 반영했다. 이는 하루 전의 59%보다 크게 높아진 수치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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