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지켜본 증권가는 21일 예상보다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적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었지만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있는 분위기다.
연초 미국의 경제 지표들이 금리인하 개시 시점 지연 우려를 자극했던 데 비해 이번 FOMC 결과가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이지 않았다는 면에서 시장은 분명 안도했지만, 동시에 연준 내 미묘한 기류 변화와 장기 중립금리 상향조정 등에 촉각을 세웠다.
연준은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올해 연말 기준 금리를 작년 12월에 예상한 수치와 같은 4.6%로 예상, 올해 안에 3차례 금리 인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지난 1∼2월 두 달간 예상치를 웃돈 물가지표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2%로 점진적으로 둔화하고 있다는 전반적인 기조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시장을 안심시켰다.
이 같은 결과에 국내 증권가는 안도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001200] 연구원은 “파월 의장은 연초 물가지표에 대해 계절적인 영향이 있었다고 판단했고, 이를 무시하지는 않겠지만 지난해 하반기 인플레이션 둔화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았듯이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언급했다”며 “그의 스탠스는 분명 예상보다 완화적이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최근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기존의 비둘기파들이 신중함을 유지하게 했을 뿐 매파들을 더 강경하게 만들지는 않은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039490] 연구원도 “지난 1∼2월 물가가 높았던 것은 계절적 영향이 강했고 강한 고용만으로 금리를 동결하지 않을 것으로 언급했다. 물가 둔화 기조를 확인한다면 고용시장이 강하더라도 금리가 낮아질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며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은 다소 비둘기적이었다”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FOMC 결과에 향후 시장의 불안감을 자극할 요인들이 숨어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연내 4회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연준 위원의 수가 기존 5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면서 기존 ‘3∼4회 인하 전망’이 ‘2∼3회’ 인하 전망’으로 바뀐 점과 2025년 말 예상 정책금리가 3.6%에서 3.9%로 높아진 점 등을 주목했다.
임제균 KB증권 연구원은 “만약 세 차례 이상을 전망한 위원 중 1명만 인하 전망을 축소한다면 연준의 올해 금리인하 전망은 세 차례가 아닌 두 차례로 축소하게 된다”며 “향후 물가 둔화가 더디고 고용시장이 견고한 모습이 지속하면 6월 FOMC에서 발표될 점도표에서 연내 인하 폭이 감소할 위험이 여전하다”라고 판단했다.
또 “2020년 2분기 이후 2.50%로 유지됐던 장기 중립금리의 중간값이 2.625%로 상향 조정됐다”며 “지금 당장은 시장이 인하 시점에 주목하지만 일단 인하가 시작되면 인하 사이클의 끝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데, 장기 중립금리 등이 높아지면서 금리 인하 폭이 축소될 수도 있어 우려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최제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디테일을 보면 지난 두 달간 높아진 인플레이션 리스크를 반영해 향후 금리 인하에 대한 보수적 시각이 강화됐음을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의 예상대로 잠재성장률을 상회하는 강한 성장과 낮은 실업률이 현실화하면 디스인플레이션을 더욱더 ‘울퉁불퉁'(bumpy)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며 “연준의 연내 3회 인하 전망은 유지됐지만 우리는 2회 인하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FOMC 결과가 당장 주식·채권시장에 강세 요인이 되겠지만 향후 변동성 확대에는 대비하라고 당부했다.
채권시장에 대해 안예하 연구원은 “연내 세 차례 인하 가능성이 확인된 만큼 금리는 점진적인 하락세를 이어갈 것”이라면서도 “다만 아직 물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남은 만큼 시장금리 하락의 강도가 강화되기는 어렵다”라고 예상했다.
주식시장의 경우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강한 경기 예상에도 금리 인하 전망이 유지됐다는 점에서 안도 랠리가 이어질 것이다. 3월 FOMC를 계기로 개선될 외국인 수급을 바탕으로 코스피가 2,750선 돌파를 시도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의 3월 CPI 상승률 발표 등으로 물가 둔화 속도가 지연되는 것이 확인된다면 다시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될 수 있어 4월 중순부터는 또다시 변곡점을 맞이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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