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뉴시스 배요한 기자] 국내 반도체 대장주 삼성전자의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며 모처럼 웃었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HBM3E(5세대 HBM) 제품이 엔비디아에 채택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몰린 이유에서다. 그간 삼성전자는 경쟁사 SK하이닉스 대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며 100만명이 넘는 소액주주가 떠나기도 했지만, 엔비디아 덕분에 ‘8만전자’에 성큼 다가서게 됐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400원(3.12%) 오른 7만9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삼성전자를 각각 1조650억원, 5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주가 상승을 견인했다.
삼성전자의 주가 강세 배경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GTC 2024’에서 삼성전자의 차세대 HBM을 언급하자 고성능 AI(인공지능) 반도체 참전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는 행사에서 “삼성의 차세대 HBM3E 제품을 현재 테스트하고 있으며, 기대가 크다”고 언급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업계 최초로 5세대 HBM 최신 제품인 36GB(기가바이트) HBM3E 12단(H)을 개발하고, 올 상반기 양산에 돌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제품은 이전 세대인 HBM3(4세대) 8단 대비 성능과 용량 모두 50% 이상 개선됐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HBM 최대 생산량은 지난해 2분기 월 2만5000장에서 올해 4분기에는 15~17만장까지 확대될 것”이라며 “제품 양산에 따른 주가 디스카운트(저평가) 해소 국면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전날 삼성전자는 AI 가속기 ‘마하1’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혀 주주들의 이목을 끌었다. 삼성전자가 공개적으로 ‘마하1’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정기주주총회에서 “AI 시대에는 컴퓨트와 메모리가 대규모 결집한다”며 “그러나 현존하는 AI 시스템은 메모리 병목으로 성능 저하와 파워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프로그래머블칩(FPGA)으로 마하1의 기술 검증이 끝나 시스템온칩(SoC) 디자인을 하고 있다”며 “연말에 칩을 만들어 내년 초에 저희 칩으로 이뤄진 AI 시스템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장밋빛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증권업계도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BN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이전보다 각각 4%, 7% 상향 조정했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에 대해 “실적이 지난해 초 바닥을 찍은 이후 매 분기 개선되고 있으며, 주가도 장기적으로 저점을 높여가며 우상향이 기대된다”며 “계획대로 하반기 AI 서버 시장 공략이 본격화된다면, 글로벌 AI주 상승 열풍에 동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반 D램 및 낸드 판가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과 재고평가손실 충당금 환입으로 올 1분기 삼성전자는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갤럭시S24 울트라 모델의 판매 호조로 모바일경험(MX) 사업부에 대한 매출 전망을 상향한다”며 “D램도 1분기를 지나면서 정상재고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주요 증권사 보고서를 취합한 삼성전자의 평균 목표주가는 9만4348원으로 현 주가(7만9300원) 대비 18.9%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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