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대검, 이의제기 뒤집기 시도…대법, 대검 손 들어주면 법무장관에 ‘공’
법무장관은 미국행 선호…블룸버그 “결과 따라 權, 미국 인도 길 열릴 수도”
이번주말 예상됐던 송환 일정 등 불투명해져…대법, 각하시 원래대로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몬테네그로 검찰이 ‘테라·루나’ 사태의 핵심 인물인 권도형 씨에 대한 법원의 한국 송환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권씨의 한국행이 이번 주말쯤으로 예상돼온 상황에서 막판 돌발변수가 불거진 것어서 주목된다.
몬테네그로 대검찰청은 21일(현지시간)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항소법원과 고등법원의 절차적 문제에 대해 대법원에 적법성 판단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대검찰청은 “법원은 법률에 반하여 정규 절차가 아닌 약식으로 권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됐다”며 “법원은 권한을 넘어서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인 범죄인 인도국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대검찰청은 또한 항소법원이 항소심에서 대검찰청 검사의 의견을 듣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대검찰청은 “대법원에서 적법성 여부를 판단해 법원의 결정을 변경하는 판결을 내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몬테네그로 정부가 그간 권씨의 미국행을 희망한다는 뜻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만큼, 대검찰청의 이번 이의 제기를 두고 법원의 결정을 뒤집으려고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말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던 권씨의 송환 일정도 변경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앞서 몬테네그로 항소법원은 지난달 8일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에 권씨를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인도할지 직접 결정하라고 명령했고, 이에 고등법원은 지난 7일 기존의 결정을 뒤집고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했다. 항소법원은 전날 고등법원의 판결을 확정했다.
항소법원이 원심을 확정하면서 권씨의 신병 인도와 관련한 몬테네그로 재판부의 사법 절차는 종료된 것으로 보였으나, 그러나 대검찰청이 항소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대법원에 이의 제기를 하면서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대검찰청은 고등법원이 범죄인 인도 요청서 도착 순서에 근거해 권씨를 한국으로 송환하기로 한 결정을 문제 삼지 않았다.
대신 항소법원이 약식으로 범죄인 인도 절차를 진행하도록 허가한 점과 법무부 장관의 고유 권한인 인도국 결정권을 하급심에 넘겨준 것이 법률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만약 대법원이 대검찰청의 손을 들어준다면 권씨에 대한 인도국 결정 권한은 법무부 장관이 갖게 된다.
안드레이 밀로비치 법무부 장관은 지난해 11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대외정책 파트너”라고 밝히는 등 미국행을 원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블룸버그통신은 “결과에 따라서 몬테네그로 정부 당국이 선호한 대로 권도형을 미국으로 인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7일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씨의 한국 송환을 결정하자 성명을 통해 “미국은 관련 국제·양자간 협약과 몬테네그로 법에 따라 권(도형)의 인도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는 권씨의 신병 확보를 포기하지 않은 미국 법무부가 여러 경로를 통해 몬테네그로 정부를 압박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권씨는 경제범죄에 대한 형량이 미국보다 낮은 한국으로의 송환을 강력하게 희망해왔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3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권씨는 우여곡절 끝에 본인의 희망대로 한국행을 관철한 듯 보였으나 몬테네그로 검찰이 불복 절차를 밟으면서 권씨가 한국과 미국 중 어느 곳으로 인도될지는 다시 안개 속에 빠졌다.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징역 4개월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권씨의 형기는 오는 23일 만료된다. 이에 따라 권씨가 이르면 이번 주말에 한국으로 송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 몬테네그로 대법원이 신속한 절차를 통해 대검찰청의 청구를 각하해 이 사안을 매듭짓는다면 권씨는 조만간 한국으로 송환될 수 있다.
반면 대법원이 대검찰청의 청구를 받아들여 구금 기간을 연장해서라도 심리에 착수하기로 결정한다면 권씨가 언제 송환될지는 기약하기 어렵다. 또한 미국으로 인도국이 다시 뒤바뀔 가능성도 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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