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부회장 “코너 돌아”…”세계 분열, 재정정책 등 감안해야” 신중론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이번 주 주요국들의 금리 결정 회의가 연이어 열린 가운데, 스위스가 기준금리 인하에 나서는 등 서방 주요국 사이에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완화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영국 등의 금리 결정 회의 결과를 봐도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를 휩쓸었던 인플레이션 우려가 갑자기 진정된 것처럼 보일 정도이고, 이에 따라 조만간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기대가 나온다는 것이다.
스위스 중앙은행인 스위스국립은행(SNB)은 이날 시장의 동결 예상을 깨고 서방 주요국 가운데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 금리를 1.5%로 0.25%포인트 내렸다.
또 지난 2년 반의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효과를 발휘한 덕분에 금리 인하가 가능했다고 평가하는 동시에, 올해와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도 하향 조정했다.
SNB 총재를 지낸 필립 힐데브란트 블랙록 부회장은 “우리가 코너를 돌았음을 세계에 알리는 신호”라면서 “중앙은행들이 완화적 정책에 나서고 있으며, 장기적으로 어떻게 결론 날지가 문제”라고 봤다.
앞서 미국의 경우 최근 인플레이션이 높게 나오면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나왔지만, 전날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는 연내 3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1∼2월 물가 지표에서 너무 많은 신호를 끄집어내지 않았다”며 인플레이션이 울퉁불퉁한 여정을 거치더라도 2% 목표 수준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플레이션 전망이 바뀌지 않았음을 시사한 것으로, 이날 기자회견이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파적이었다는 평가 속에 6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다시 높아진 상태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이날 통화정책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통화정책위원들의 투표 결과에서 변화가 감지됐다.
금리 인상을 주장하던 위원 2명이 입장을 바꾸면서 2021년 9월 회의 이후 처음으로 인상 의견이 나오지 않았다. 9명 중 8명이 동결을 요구했고 1명은 0.25%포인트 인하 의견을 냈다.
전날 발표된 영국의 2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연 3.4%로 2021년 9월(3.1%)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번 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전날 한 행사에 참석해 6월 첫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재차 시사했다.
호주 중앙은행은 19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긴축적 기조를 누그러뜨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JP모건 프라이빗뱅크의 매슈 랜든은 이번 주 주요국 통화정책 회의 결과에 대해 “전 세계 정책금리 여정의 방향은 아래로 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주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적어도 반년 뒤에야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봤고, 아이슬란드 중앙은행도 긴축 기조를 뒤집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밝힌 바 있다.
HSBC 자산관리의 후사인 메디는 “경제적으로 분열된 세계와 활발한 재정정책을 감안할 때 인플레이션이 2010년대 때보다 높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면서 금리 인하 속도가 느리고 금리가 최종적으로 3% 부근이 될 것으로 봤다.
이밖에 이번 달 유로존 제조업·서비스 경기는 회복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발표된 3월 함부르크상업은행(HCOB) 플래시 유로존 종합 구매관리자지수(PMI) 산출지수는 전월 49.2보다 상승한 49.9를 기록, 50에 근접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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