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테네그로 대법원, 한국 송환 보류
주말 한국행 미뤄져…미국 갈 수도
법무부 “현지 당국과 소통하는 중”
신현성·한창준 등 재판에 영향 주나
피해자들은 ‘엄벌’ 미국행 반기기도
[서울=뉴시스 홍연우 한재혁 기자] 국산 가상자산(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핵심 인물인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의 한국 송환에 급제동이 걸렸다. 몬테네그로 현지 검찰이 법원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면서다.
이르면 이번 주말 내 한국행 비행기에 오를 것으로 전망됐던 권씨의 송환 일정이 미뤄지면서 그가 미국으로 가게 될 가능성도 다시 열렸다. 사법당국부터 피해자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권씨의 행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동남부 유럽지역 매체 발칸인사이트, 암호화폐 매체 코인데스크 등 외신에 따르면, 몬테네그로 법원은 이날 대검찰청의 적법성 판단 요청에 대한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권씨의 한국 송환을 보류하기로 했다고 성명을 통해 밝혔다.
앞서 지난 21일 대검찰청은 권씨의 한국 송환에 절차상 오류가 있다며 대법원에 적법성 판단을 요청했다.
당시 대검찰청은 성명을 내고 “항소법원과 고등법원 모두 권한을 넘어서 법무부 장관의 전적인 권한인 범죄인 인도국에 대한 결정을 내렸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위조 여권 사용 혐의로 복역 중인 권씨의 형기가 23일 만료된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지 매체는 몬테네그로 포드고리차 고등법원이 권씨가 출소 후 출국하지 못하도록 유효한 여권을 압류하도록 명령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여권 압류 조치만으로 그의 해외 도주 우려가 전면 차단된 것은 아니란 지적도 나온다.
당초 한국 법무부는 권씨의 형기 종료 직후 국내 송환 절차를 시작하기 위해 몬테네그로 측과 구체적 송환 일정 등에 관한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는 한국에 도착하면 바로 테라·루나 사건을 맡고 있는 서울남부지검으로 이송될 것으로 전망됐다.
출고일자 2024. 02.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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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 최진석 기자 =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 관련 테라폼랩스의 전 재무 책임자 한창준이 지난달 6일 오후 인천국제공한 제2터미널을 통해 송환되고 있다. 2024.02.06. myjs@newsis.com |
그와 함께 도주한 측근 한창준(37)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는 지난달 5일 한국으로 송환된 뒤 바로 구속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권씨의 경우도 한국 송환이 결정되면서 비슷한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막판 변수가 생긴 것이다.
송환이 초읽기라고 봤던 사법당국은 일단 현지 상황을 주시하는 기류다. 법무부 관계자는 “몬테네그로 당국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씨의 미국행 가능성 불씨가 되살아나며 그의 공범으로 지목돼 국내에서 재판받는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대표와 한창준(37) 테라폼랩스 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의 향배에도 관심이 쏠린다.
권씨가 한국에 도착하는 대로 검찰이 그의 신병을 확보하면 검찰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였으나, 송환 보류 탓에 수사 및 재판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법조계는 권씨가 숨겨놓은 가상자산 범죄수익 전액을 찾는 과정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성립 여부를 가를 ‘가상자산의 증권성’을 놓고 검찰과 이들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는 점 등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
앞서 권씨와 함께 테라폼랩스를 창립한 신 전 총괄대표 측은 첫 재판에서 “루나는 증권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은 테라·루나를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판단해 신 전 대표 등에게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상태다.
출고일자 2023. 0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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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테라폼랩스 공동 창립자인 신현성(38)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지난해 3월30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신 전대표는 가상화폐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관련해 자본시장법·전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고 있다. 2023.03.30. kgb@newsis.com |
다만 한국의 투자 피해자들은 권씨의 한국행 보류에 복잡한 심경이다.
한국에서 재판을 받게 될 경우 재판은 길어지고 형량은 낮아질 우려가 있어서다. 한국은 경제사범 최고 형량이 약 40년이지만, 미국은 개별 범죄마다 형을 매겨 합산하는 병과주의를 채택해 100년 이상의 징역형도 가능하다.
테라·루나 피해자들은 권씨의 한국 송환이 결정됐을 당시 성명을 통해 “가상화폐 사기 범죄 처벌 규정이 명확하게 확립되지 않은 한국에서 1심 선고로 중형이 내려지더라도 항소심이나 상고심에서 대폭 감형돼 처벌이 제대로 되지 않고 출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권도형은 한국에서 조사만 마친 후 미국의 요청에 따라 해당 국가로 송환돼야 한다. 권도형을 송환을 적극 요청하는 미국으로 이 자를 보내주시기 바란다”며 “피해자가 제일 많고, 사기 범죄자의 개별 범죄에 대한 병과주의로 100년 이상의 형의 집행이 가능한 미국에서 권도형은 재판받고 처벌을 받아야 함이 마땅하다”고 호소했다.
테라·루나 사태란 지난 2022년 5월 테라폼랩스에서 발행한 가상자산 테라와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자매 코인인 루나가 대폭락한 사건이다. 루나 코인 폭락으로 시가총액 약 50조원이 증발하면서 전세계 투자자들의 천문학적 규모 피해가 발생했고, 테라폼랩스 일당은 최소 4629억원 이상 이익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추산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hong15@newsis.com, saebyeo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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