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재추진 적기…빗썸, 상장하면 ‘1호 상장’ 타이틀
지배구조 개선, 적자 탈출 등 풀어야 할 숙제 많아
[서울=뉴스핌] 이윤애 기자 = 비트코인 가격 상승세에 힘 입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코리아가 기업공개(IPO) 재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시장 상황은 이 상장작업을 중도 철회했던 지난 2020년과 달리 우호적이란 판단에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승인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암호화폐가 제도권에 편입됐고 비트코인 가격 고공행진중이다.
국내 가상자산거래소의 상장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고 상장에 성공할 경우 가상자산거래소 ‘1호 상장’ 타이틀도 거머쥘 수 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복잡한 지배구조와 최대주주의 사법리스크, 실적 등을 걸림돌로 보고 있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빗썸 운영사인 빗썸코리아는 지난해 삼성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관련 작업에 착수했다. 상장 목표 시점은 2025년 하반기다. 코스닥 상장을 계획 중이지만 향후 코스피시장 상장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빗썸코리아는 ‘IPO 재수생’이다. 지난 2020년 코스닥 시장 상장에 도전했지만 가상자산에 대한 명확한 규제, 회계기준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중도 포기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미국발 훈풍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연일 고공행진하면서 빗썸의 몸값도 오르고 있다. 25일 오후 4시 기준 장외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빗썸코리아의 장외주식 체결 평균가격은 13만4000원이다. 2월초 10만6000원까지 떨어졌다가, SEC 발표 이후 최고 16만5000원(3월5일)까지 올랐다가 최근 조정중이다. 추정 시가총액은 5760억원이다.
상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면 이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재투자하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 복잡한 지배구조와 빗썸의 최대주주로 알려진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의 사법리스크, 실적 등이 걸림돌로 꼽힌다.
이 전 의장은 1100억원대 코인사기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지난 1월 검찰이 상고를 결정하면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전 의장은 지난 2018년 10월경 금융당국의 규제로 상장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김병건 BK메디칼그룹 회장에게 빗썸 인수 및 공동경영을 제안하면서 BXA코인을 가상화폐거래소에 상장시켜 주겠다고 속여 계약금 명목으로 약 1억 달러(당시 환율 1120억원)를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바 있다.
복잡한 지배구조에 따른 실소유주 논란도 매듭이 필요하다. 빗썸홀딩스 지분 40% 가량을 보유한 이 전 의장과 34%대 지분을 보유한 비덴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 씨 사이에서 논란이 정리되지 않았다.
그외에도 코스닥에 상장하려면 시가총액, 매출액, 영업이익 등 일정 기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빗썸은 현재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 3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 급감했고 영업손실 7억원, 당기순손실 106억원으로 모두 적자로 전환했다. 4분기도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화’ 정책을 펴면서 실적이 더 악화했을 것으로 보인다.
빗썸을 상장의 발목을 잡는 ‘적자’ 사업에 대한 정책 변경 또는 분리·정리에 나섰다.
‘수수료 무료 정책’ 중단을 결정했다. 빗썸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시행해오던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화’ 정책을 지난달 종료 결정했다. 빗썸의 점유율이 수수료 무료 정책 시행 이전 10% 미만까지 떨어졌었는데, 현재도 30% 가까이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적분할’ 카드도 꺼내 들었다. 주력사업인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과 신사업 부문을 분리해 재무적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빗썸인베스트먼트(가칭)을 신설해 신사업을 담당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빗썸코리아의 지주사업, 투자사업 및 부동산임대업 사업 부문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빗썸은 의욕적으로 추진하던 신사업에서 연거푸 실패하면서 적지않은 부담을 겪었다. 2022년 출범 이후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블록체인 전문 개발 자회사 ‘빗썸시스템즈’와 자체 가상자산 리서치 센터 빗썸 경제 연구소와 라이브 커머스 플랫폼 ‘빗썸라이브’는 지난해 6월과 10월 회사를 정리했다. 같은해 설립한 웹3.0 메타버스 플랫폼 자회사 ‘빗썸메타’도 사업을 중단하고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빗썸 관계자는 신설법인에 대해 “각 법인의 경영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기존 거래소 사업과 신사업을 분리하는 차원으로 각 사업에서 독립적이고 유연한 운영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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