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단계 벗어나…주요국 CBDC 도입 지연되면 변동 가능”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은행 간의 국제 금융거래를 중개하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가 주요국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움직임에 발맞춰 1∼2년 안에 CBDC 플랫폼을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위프트의 혁신 부문 책임자인 닉 케리건은 2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향후 12∼24개월 안에 (이러한 플랫폼을) 상용화하기 위한 로드맵을 살펴보고 있다”면서 “실험 단계에서 벗어나 현실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스위프트는 각국 주요 금융업체들이 송금 및 무역대금 결제 등에 사용하는 전산망이며, 미국 등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대러시아 제재의 하나로 러시아 주요 은행들을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한 바 있다.
스위프트는 새 플랫폼을 통해 각국이 개발 중인 CBDC를 기존 금융시스템에 연결하려 하고 있으며, 국제 금융 거래에서 스위프트의 현 지배력을 유지하고 세계 결제 시스템의 파편화를 막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라는 게 로이터의 설명이다.
스위프트 CBDC 플랫폼이 출시될 경우 200여개국 1만1천500개 금융기관이 사용하는 기존 네트워크를 그대로 이용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거론된다.
최근 몇 년 사이 비트코인을 비롯해 탈중앙화를 내건 가상화폐 개발이 활성화된 가운데, 전 세계 중앙은행 중 90%가량도 자국 통화의 디지털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앙은행들은 가계·기업의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추세 속에 디지털 결제 주도권이 민간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소액결제용(retail) CBDC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며, 금융기관 간 거래 등에 쓰일 거액결제용(wholesale) CBDC를 개발 중인 곳도 있다.
바하마·나이지리아·자메이카 등은 이미 CBDC를 사용하고 있으며, 금융기구 국제결제은행(BIS)은 2022년 말 86개국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를 바탕으로 2030년까지 24개국이 CBDC를 보유할 전망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스위프트 측은 최근 6개월에 걸쳐 CBDC 플랫폼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서로 다른 기술로 만들어진 CBDC들이 한 플랫폼에서 함께 사용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고 소개했다.
이어 고도로 복잡한 거래나 외환 결제에 활용될 수 있는지 살펴봤으며, 자동화를 통해 속도를 높이고 비용은 낮출 수 있는지도 점검했다고 설명했다.
테스트 결과 은행들이 새 플랫폼에서도 기존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개발 시간표와 참가 기관들의 평가를 볼 때 테스트는 성공적이었다고 스위프트 측은 평가했다.
해당 테스트에는 독일·프랑스·호주·체코·태국 등의 중앙은행, HSBC·씨티은행·소시에테제너랄 등 상업은행, CLS 등 외환결제 플랫폼까지 38곳이 참여했다.
스위프트 측은 다만 주요국들의 CBDC 발행이 지연될 경우 1∼2년 내로 보고 있는 스위프트의 플랫폼 출범 시기가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CBDC 플랫폼에서도 대러시아 제재와 같이 특정국을 배제하는 게 가능하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들이 플랫폼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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