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 서울 당산동 아파트에 거주하며 교직에서 은퇴하고 교원연금으로 생활하던 A씨는 지난 2018년 11월 한 시중은행에서 1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당시 적용 금리는 3.76%로 이후 지난해 말까지 5년간 원리금 약 67만원을 매달 갚았다.
은행은 올해 1월 A씨에게 대출 금리 재산정 안내 문자를 보냈다. 변동 예정금리 6.55%로 이 중 가산금리가 3.28%라는 내용이다. 매달 상환하는 원리금은 82만원대로 올랐다.
그 사이 A씨는 고령으로 건강이 악화해 거동이 불편해지면서 요양병원에 들어간 상황이다. A씨의 딸은 “아버지가 중간에 연체도 없었고 추가 대출도 없었는데 월 상환액이 왜 이렇게 많이 늘었는지 모르겠다”며 “은행에 문의했더니 대출자 본인과 같이 영업점에 와서 상담 받으라는 답변이 왔다”고 전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A씨의 경우처럼 대출 금리 재산정으로 상환액이 큰 폭으로 뛰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은행은 처음 대출 약정 시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는 ‘현재 시장금리(코픽스)+가산금리 몇%’ 식으로 계약을 체결한다.
고령자 부모 등의 정확한 계약 내용을 모르는 가족들 입장에서는 그동안 올라간 기준금리를 감안하더라도 상환능력이나 신용도에 변화가 없는데 가산금리가 과하다고 보기 쉽다. 고정금리 기간 중간마다 이후 변동 예정금리를 설명하고 대비하게끔 하는 안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는 신용도가 개선됐다면 금리인하 요구권을 청구하거나, 아예 대출을 갈아타는 식으로 고객이 직접 나서 대응해야 한다. 갈아타기의 경우 대출 실행 3년이 지나 중도상환수수료가 발행하지 않는지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금융당국의 공시제도 개선으로 은행의 예대금리차 등에 대한 설명이 늘어나고 있지만 가산금리는 여전히 ‘깜깜이’ 영역에 있다. 은행 각사의 영업원가와 리스크 비용, 목표이익률 등이 반영된 영업기밀로 분류된다.
전체적인 숫자는 공개되지만, 소비자에게 적용된 수치가 어떤 이유로 어떻게 구성됐는지는 알 수 없다. 은행별 가산금리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1월 취급한 가계대출의 평균 가산금리가 가장 높은 전북은행은 7.41%에 달한다. 가장 낮은 케이뱅크의 가계대출 가산금리는 0.34% 수준이다. 전북은행과 약 22배 차이가 난다.
두 은행의 기준금리는 3.78%로 동일하다. 하지만 가산금리가 크게 벌어지면서 평균 대출금리는 10.21%와 4.12%로 약 2.5배 차이를 보인다. 그나마 전북은행이 가감조정금리(우대금리)로 0.98%를 적용해 줄어든 격차다.
5대 시중은행을 보면 평균 가산금리가 신한 2.23%, NH농협 2.74%, 우리 2.97%, 하나 3.36%, KB국민 3.66% 순으로 올라갔다. 반면 가계대출 금리는 국민 4.23%, 신한 4.27%, 우리 4.47%, 하나 4.60%, 농협 4.94% 순으로 집계됐다. 국민은행은 가산금리와 함께 우대금리도 3.18%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이며 대출 평균금리가 내려갔다.
업계는 기업의 업무원가와 영업전략이 반영된 가산금리 항목별 책정 방식을 공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치권에서는 은행들이 대출금리 원가와 산정근거 등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2주 앞으로 다가온 이번 4·10 총선에서도 가계대출 이자에 법적비용 등 불필요한 가산금리 항목을 제외하겠다는 내용 등의 공약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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