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이종섭 주호주 대사의 사표가 29일 수리됐다. 대사로 임명된 지 25일 만이다.
외교부는 이날 오전 11시47분께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대사 본인의 강력한 사의 표명에 따라 임명권자인 대통령께 보고드려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4일 호주 대사로 임명된 지 25일 만이다. 방산협력 주요 공관장 회의 참석 차 지난 21일 귀국한 시점으로는 8일 만이다.
이 대사의 임명 과정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적지 않았다.
이 대사는 국방부 장관 재임 당시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을 추진하던 지난해 9월 사의를 표하고 물러났다.
전임 국방부 장관을 주요국 주재 공관장으로 발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2006~2008년 국방부 장관을 지낸 김장수 전 장관이 박근혜정부 시절 국가안보실장을 지내고 주중대사(2015~2017년)를 지낸 적은 있지만, 이 대사의 경우 장관직을 물러난 지 불과 5개월여 밖에 지나지 않아서다.
최근 호주와의 대규모 방산수출 계약이 잇따르는 상황을 감안해 국방·방산 협력을 강화하려는 의지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공수처 수사 대상에 올라 있는 인사의 대사 임명은 부적절하다는 여론이 거셌다.
더욱이 속전속결로 이뤄진 공수처 약식 조사, 출국금지 해제, 호주 출국에 이르는 과정은 ‘수사 회피’와 ‘도피성 출국’으로 비춰졌다.
이 대사가 자진 귀국 사유로 밝힌 ‘방산협력 공관장회의’는 급조 논란으로 이어졌고 회의 일정을 비밀에 부친 탓에 ‘깜깜이’라는 비판과 함께 유관부처의 오락가락 공보 지침은 의심을 키우기만 했다.
이 대사가 또 다른 귀국 사유로 든 한국과 호주 간 ‘외교·국방장관(2+2) 회의’ 준비 업무 역시 옹색하단 평이 주를 이뤘다. 주재국과의 협의 창구 구실을 해야 할 공관장이 국내에 머물고 있다는 것 자체가 관례와 맞지 않아서다.
이에 각종 논란을 종식시킬 방안은 임명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이 대사 거취를 정리해 이 대사가 수사에 제대로 협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그간 이 대사의 임명 철회 가능성을 일축해왔다. 하지만 이 대사가 강하게 사직 요청을 했고 비판 여론이 들끓는 상황이기에 윤 대통령의 재가는 시간 문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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