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거래 미끼로 억대 현금 뺏어
강남서 잇단 코인거래 강도 사건
장외거래 불법 아니지만 위험성↑
“매수금 출처 숨기려 신고 꺼려”
[서울=뉴시스 박선정 기자]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들어 1억원을 돌파하는 등 가상자산(가상화폐)의 인기가 오르자 ‘대면거래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시세보다 싸게 코인을 판다며 피해자를 유인한 뒤 강도 행각을 벌이는 것이다.
3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강남경찰서는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코인을 직거래로 구매하겠다며 피해자를 유인해 현금 1억원만 들도 도주한 20대 남성 등 일당 9명을 체포해 조사 중이다.
이들은 21일 오전 0시50분께 코인 거래를 위해 만난 40대 남성 등 2명에게서 현금 1억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범행 인근에서 피의자 3명을 검거하고 경기 안성에서 4명을, 부산에서 나머지 일당 2명을 붙잡다.
이보다 앞선 13일에는 코인의 한 종류인 ‘테더코인’ 10만개를 싸게 사겠다며 피해자에 접근한 뒤 1억3400여만을 갈취하려 한 일당 6명이 강남경찰서와 기동순찰대에 붙잡혔다. 특히 이들은 현금을 갈취하는 과정에서 경찰을 사칭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최근 이처럼 코인 대면 거래를 미끼로 강도 행각을 벌이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면서 장외거래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수호 르네상스 대표변호사는 “코인 장외거래는 불법이 아니며, 실제로도 많은 매수자들이 장외에서 코인을 사들이고 있다”며 “개인 간 거래는 금융당국이나 과세당국에 포착될 위험성이 적고, 거래량 제한도 없기 때문에 피의자들이 코인을 장외에서 한 번에 싸게 매수하려는 피해자들을 쉽게 속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코인을 이용한 투자 사기의 전형적인 수법 중 하나”라며 “잡코인을 만들어 안정성이 높은 자산이라고 피해자들을 속여 돈을 받아낸 뒤 코인 가격이 폭락해도 책임지지 않는다거나, 코인을 송금하겠다며 고액의 현금을 받은 뒤 잠적하는 범행 사례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임 변호사는 “금융기록이 남지 않는 장외거래의 특성상 출처가 불분명한 돈으로 코인을 매수하고자 계획했던 일부 피해자들은 자금 출처가 드러날까 거액을 빼앗겨도 수사기관에 피해사실을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자선 경제민주주의21 금융사기감시센터 변호사도 “시기별로 금융 사기 테마는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최근 사기 범행에서 단골로 활용되는 소재가 바로 가상화폐”라며 “높아진 가상자산의 인기로 인해 사회적 경각심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는 점도 이러한 현상의 한 원인이다. 금융당국의 보호를 받기 어려운 가상화폐 시장의 문제점을 직시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코인을 할인된 가격에 대량으로 매도한다는 매매자에게 충분히 의구심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장외거래를 꼭 해야만 한다면 매매자가 계약된 코인 물량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지, 매수하려는 코인 업체의 실체가 있는지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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