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탁금·CMA 잔고 역대 최대·김치 프리미엄 급등
미 금리인하 기대감에 위험자산 선호 높아져
[서울=뉴시스 강수윤 이지영 기자] 은행 예금금리가 하락하는 가운데 주식·가상자산 시장이 활황세를 보이면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2년 만에 2700선을 회복하고 비트코인이 원화 기준 1억원을 돌파하는 등 주식·코인 가격이 급등하자 고수익을 쫓는 투자자들의 ‘머니무브’ 현상이 빨라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높아진 것이란 분석이다.
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자금 성격의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일 기준 59조6299억원을 기록해 60조원에 육박했다. 2022년 6월2일(61조6321억원)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지난 4일 56조4905억원으로 감소하긴 했지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81조3174억원으로 81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지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달 27일(73조6583억원) 이후 나흘새 7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거래 융자잔액(4일 기준)은 19조5152억원으로 올해 첫 거래일인 1월2일(17조5371억원) 이후 석달 만에 2조원이나 증가했다.
증시 주변 자금이 불어난 것은 올초 만해도 2400대로 밀렸던 코스피지수가 정부가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반도체 훈풍이 불면서 2년 만에 2700선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의 금리인하 지연 우려가 나오지만 코스피가 삼성전자 등 반도체를 필두로 지수 상승세에 불이 붙어 이달 2800선을 넘어설 수 있다는 게 주요 증권사들의 전망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과 경기가 꾸준하게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기업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 가격도 최근 1억원을 넘기면서 코인 시장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국내 코인거래소의 거래량이 가파르게 증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불황 타개를 위해 거래 수수료 무료 정책까지 내세웠던 이들은 지난달 27일 하루 거래 대금 규모만 17조원을 넘겼다. 이는 같은날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인 13조원을 뛰어넘는 수치다.
비트코인의 국내외 가격 차이를 뜻하는 김치프리미엄의 급등도 현상 중 하나다. 김치프리미엄 고공행진의 본질은 국내 개인 투자자의 투기 열풍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비트코인 가격이 1억원을 넘겼을 당시 김치프리미엄은 한때 11% 가까이 벌어졌었다. 이는 지난 2021년 5월 30일(8.72%) 이후 34개월 만에 최고치다.
여기에 1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반감기에 따라 자금은 더욱 쏠릴 수 있다. 반감기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와 함께 비트코인 전통 호재로 꼽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주는 반감기는 ‘공급 충격’을 이끈다는 점에서 가격 상승을 견인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과거 비트코인은 반감기 이전 6개월 동안 평균 61%, 반감기 이후 6개월 동안 평균 348% 각각 상승했다.
백훈종 샌드뱅크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억원 돌파 이후 국내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라며 “올해는 장기적 관점으로 투자하려는 중장년층 올드머니가 유입된 만큼 신규 자금일지라도 바로 털고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민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 출시 이후 비트코인에 대한 잠재 수요는 여전히 많은 상태”라며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 등 자본 유입은 지속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hoon@newsis.com, jee0@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