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스당 2300달러 돌파…사상 최고치 찍은 ‘금값’
美 통화정책·지정학적 이슈에 인플레 우려 겹쳐
미·중 경기 호조 전망은 은·구리값 밀어올려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금값이 역대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불확실성과 유가 불안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다. 여기에 중국의 사재기도 금값 고공행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그런가 하면 은과 구릿값도 들썩이고 있다. 미국의 견조한 경기와 중국의 대대적인 부양책에 경기 회복 기대가 높아지면서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면서 금과 은을 비롯해 구릿값이 당분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7일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현지시각) 6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장 대비 33.2달러(1.5%) 오른 온스당 2315.0달러에 거래됐다. 온스당 2300달러대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달 3일 사상 처음으로 2100달러를 넘은지 한달 만이다.
국내서도 금값은 고공비행 중이다. 같은날 KRX금시장에서 금현물은 1g당 10만4990원에 장을 마쳤다. 전일대비 3.56% 오른 가격으로 종가 기준 역대 최고치다. 금 한 돈(3.75g)을 살 때 가격은 지난 30일 기준 41만1000원으로 41만원을 돌파했다.
금값 급등의 원인으로는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맞물렸다는 점이 우선 꼽힌다. 통상 금리가 떨어져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대체관계인 금값이 오른다. 금리 인하에 대한 불확실성도 마찬가지로 대체재인 금 수요를 높여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의 6월 금리 인하 기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연준 인사들의 입장이 엇갈린 상황이다. 파월 연준 의장이 최근 스탠퍼드대 연설에서 금리 인하 방침을 재확인하며 비둘기파적인 행보를 보인 반면,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준 총재는 “인플레이션 고착 시 연내 금리 인하가 불필요하다”며 매파적 시각을 보였다.
또 다른 상승 배경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 강화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은 이스라엘과 이란의 정면충돌 우려, 미국과 중국의 갈등 및 대만 지진, 미국 대통령 선거 등과 같은 국제 정세 불안이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도 금 수요를 자극한다. 유가 등 원자재값이 뛰면서 화폐가치 하락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금 매입으로 헷지(위험 분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동 정세 불안에 원유 공급 불안이 확산하면서 4일(현지시각) 브렌트유는 5개월만에 90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각국도 앞다퉈 금을 사들이고 있다. 세계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중앙은행은 총 1038톤에 달하는 금을 매입했다. 이중 중국은 전체의 20%가 넘는 225톤을 사들였다. 달러 패권에 저항하기 위해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는 대신 꾸준히 금을 사들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중국의 금 매입은 민간에서도 적극 이뤄지고 있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가 금지된 가운데 부동산과 주식 시장 침체로 투자할 곳은 금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퍼지면서다. 홍콩 사우스모닝차이나포스트는 “경기 침체와 해외 투자 제한으로 최근 중국 내 금 구매가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은값도 뛰고 있다. 지난 3일(현지시각) 은값은 온스당 27달러 대로 올랐다. 이는 2021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런가 하면 런던 국제선물거래소(ICE)에서 구리 가격은 톤당 9263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산업재 성격이 짙은 은과 구릿값 상승은 주요국의 경기 개선 기대감이 맞물린 이유가 크다. 예상보다 좋은 미국 경기와 제조업 기반인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기대가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얘기다. 지난달 연준은 올해 미국 GDP(국내총생산) 전망치를 기존 1.4%에서 2.1% 높여 잡았다.
게다가 은은 귀금속으로도 분류되며 금값에 동조되는 경향을 보인다. 구릿값은 지난해부터 파나마와 페루 등 주요 생산국의 대규모 광산 폐쇄로 공급 차질이 빚어진데 다, 제련수수료 가격 하락에 반발해 생산 축소에 나선 중국 우리 제련업체의 영향도 받았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가 멀지 않았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글로벌 경기 회복에 당분간 금과 은, 구릿값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JP모건은 금값이 연내 온스당 2500달러까지, 골드만삭스는 내년 상반기 구릿값이 톤당 1만2000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은 역시 온스당 3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선진국 통화 완화 정책 기대 속 신흥국 귀금속 수요가 금 가격을 뒷받침할 것”이라면서 “중국 생산 활동 개선에 따른 산업 금속 수요 증대와 중국 구리 제련소의 감산 결정 등 공급 측 가격 상승 요인이 산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6월로 고착되고, 중동과 러시아, 미국 대선 등 정책 불확실성이 높다는 점이 금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면서 “은은 금값 동조화와 글로벌 제조업 개선 기대가 작용하고, 구리는 중국 제련업체의 감산까지 겹쳤다”고 말했다.
다만, 변수는 연준의 통화정책과 중국 경기의 불확실성이다. 최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부진 우려가 높아지면 비철 금속 가격이, 연준의 금리 횟수 기대가 크게 줄거나, 인하 예상 시점이 밀리면 금값이 출렁일 수 있다”고 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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