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 임소현 기자] 최근 우리 경제가 고금리 여파로 인한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며 경기 부진이 완화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4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내수 회복이 지체되고 있으나 수출이 정보통신(IT) 산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구체적으로는 글로벌 반도체 경기 반등에 따른 높은 수출 증가세로 인해 경기 부진이 누그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가 지속됨에 따라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소비는 부진하다고 해석했다.
3월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평균 기준으로도 전월(12.5%)에 이어 9.9%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품목별로는 일평균 기준으로 IT를 제외한 품목(2.9%→2.2%)은 미약한 증가세를 보였으나 반도체(78.9%→44.8%)를 중심으로 IT 품목(57.0%→38.9%)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국가별로는 일평균 기준으로 대(對)미국 수출(17.0%→19.1%)이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대중국 수출(4.8%→7.1%)은 반도체를 제외하더라도 서서히 부진을 씻어내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수입(-13.1%→-12.3%)은 에너지자원(원유·석유제품·가스·석탄)의 가격 하락과 내수 부진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이 같은 수출 회복세가 이어지고 수입이 감소하면서 무역수지 흑자폭(42억8000만 달러)은 전월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2월 전산업 생산은 서비스업생산이 둔화됐으나 광공업생산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며 부진이 완화됐다.
서비스업생산(4.5%→1.2%)은 숙박 및 음식점업(-4.5%), 도소매업(-3.7%)이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광공업생산(12.9%→4.8%)은 설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2.5일→-1.5일)에도 기저효과도 일부 반영되면서 반도체(65.3%)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세를 기록했다.
다만 반도체를 제외한 광공업생산은 자동차(-11.9%), 전기장비(-17.9%)를 중심으로 4.8% 감소했으며 1~2월 평균으로도 1.5%의 낮은 증가세에 머물렀다.
제조업은 생산과 출하 회복세가 유지되고 가동률도 상승하는 등 양호한 흐름을 유지했다. 계절조정 전월대비로 제조업 생산과 출하가 각각 3.4%, 2.6% 증가했으며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은 전월 111.5%에서 110.1%로 하락했다. 이와 함께 제조업 평균가동률(72.1%→74.6%)도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내수가 여전히 미약하지만 반도체생산이 급증하면서 경기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이다. 이러한 경기 여건이 기업심리에도 반영되면서 제조업 업황전망은 완만한 상승 흐름을 유지한 반면 비제조업 업황전망은 하락세를 나타냈다.
한편 내수 경기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소비가 상품소비의 위축이 지속된 가운데 서비스소비도 낮은 증가세를 나타내는 등 전월의 부진한 모습이 유지된 점을 꼽았다.
상품소비는 설 명절과 밀접한 음식료품 소비가 일시적으로 대폭 증가했지만 그 외 대부분의 품목은 감소하며 부진했고 서비스소비도 미약한 증가세에 그쳤다. 3월 소비자심리지수도 전월(101.9)보다 낮은 100.7을 기록했다.
2월 설비투자(3.8%→-0.3%)는 낮은 증가세에 머물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라 긍정적 신호가 일부 나타났다.
선행지표도 기계류를 중심으로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지만 2월 특수산업용기계는 전월(13.5%)에 이어 8.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하는 등 반도체경기 개선에 따라 반도체와 밀접한 설비투자는 일부 개선됐다.
2월 건설기성(불변)은 전월의 급증을 야기했던 요인이 다소 조정되는 가운데 기저효과도 작용하며 낮은 증가율(18.2%→0.5%)을 기록했다. 선행지표인 건설수주와 건축허가면적은 큰 폭의 감소세를 유지하며 향후 건설투자의 둔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분석됐다.
2월 취업자 수는 건설업 둔화에 따라 전월(38만명)보다 증가폭이 축소된 32만9000명 증가를 기록했다. 15~64세 계절조정 고용률이 정체된 가운데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고용 여건의 조정을 시사했다.
3월 소비자물가는 수요 부진에도 공급 측 상방 압력이 확대되면서 전월과 동일한 3.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고금리 기조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서비스물가 상승폭(2.5%→2.3%)이 축소되면서 근원물가 상승세(2.5%→2.4%)는 둔화 흐름을 지속했다.
가계와 개인사업자 자금조달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으나, 전월에 이어 주가가 상승한 가운데 단기금융시장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안정됐다고 진단했다.
주택시장은 매매가격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미분양이 증가하는 등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수요 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세계경제는 완만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유가 상승과 운송 차질 등 위험요인도 상존하고 있다고 봤다.
KDI는 “반도체경기 회복이 세계 상품 교역의 부진 완화를 견인하고 구매관리자지수 등 기업 심리지표도 반등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 우려는 완화됐다”며 “세계 공급망 압력이 상승하고 지정학적 긴장과 해상 운송 차질도 이어지면서 주요국에서 소비자물가 상승세 둔화는 완만해졌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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