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연준 인하 시점·환율 전망치 속속 수정
원·달러 1200원대 안착 시점, 3분기→4분기 조정
[서울=뉴시스 남주현 기자] 뜨거운 미국 경제와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가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와 함께 빠르게 식어가던 달러 가치도 다시 힘을 받으며 시장에서는 원·달러의 1200원대 안착은 4분기나 되야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0분 현재 원·달러는 전일대비 0.9원 오른 1354.1원에 거래 중이다. 이날 환율은 직전일에 비해 0.2원 내린 1353.0원으로 거래에 나선 후 상승 폭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까지 장중 최고가는 1354.3원이며 최저가는 1352.9원이다.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에 지난해를 1288.8원으로 마친 원·달러는 올 들어 꾸준히 레벨을 높이고 있다. 1월 말엔 1330원대로 오르더니, 지난달 말에는 1340원대, 이달 초에는 1350원대에 진입했다.
원화 약세의 주요 원인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시점 후퇴가 꼽힌다. 경기 부진을 이유로 주요국들이 금리 인하에 서두르는 가운데 예상보다 강한 경기와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시점은 늦춰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최근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기존 1.4%에서 2.1%로 높였다. 경기 부진을 이유로 금리 인하에 나설 당위성이 줄었다는 해석이다. 반면 국제유가는 급등하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높이고 있다. 산유국들의 감산과 지정학적 분쟁에 브렌트유는 90달러를 돌파했다.
NH투자증권은 연준이 연내 4차례 인하에 나설 것이란 기존 전망을 최근 2차례 인하로 조정했다. 강승원 연구원은 “연준은 7월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한 뒤 대선 전까지 동결 기간을 갖고 대선 이후인 12월 추가 인하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주요국의 통화정책은 미국과 온도 차를 보인다. 스위스 중앙은행(CNB)이 지난달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낮춘 데 이어 유럽중앙은행(ECB)도 6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했다. 영란은행(BOE)도 인상 소수 의견이 사라지며 인하 전망이 강화됐다.
이는 그대로 달러 강세 전망을 뒷받침하며 환율 안정 예상 시점을 밀어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기존 3분기였던 원·달러 1200원대 진입 전망을 4분기로 속속 조정에 나서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2분기 평균 원·달러 전망을 기존 1300원에서 1325원으로 올려잡았고, 3분기 전망도 1260원에서 13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4분기 전망 역시 1250원에서 1280원으로 높였다. 4분기나 되야 1200원대 안착할 것으로 내다본 셈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까지 강달러 압력이 우세한 가운데 7월을 연준의 금리 인하가 개시되면서 달러 하락세가 전개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여전히 주요국 대비 양호한 미국 경기를 고려하면 연말까지 달러인덱스는 높은 수준에서 하단이 제한될 것”이라고 봤다.
신한은행은 최근 2분기 원·달러 상단을 1380원으로 제시하며 평균치로는 1340원을 예상했다. 3분기와 4분기의 환율 평균 추정치는 각각 1300원과 1280원이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금리 인하 시점이 유럽은 늦어도 6월인데, 미국은 빨라야 6월로 차이가 있다”고 봤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2분기 1330~1370원 사이에서 움직이다 연준이 7월 금리 인하 후 하반기나 되야 내려갈 것”이라면서 “연말에는 1200원대 중반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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