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 강도·속도 유지 주시…외국인 수급 관심
#美물가 충격에 금리인하 기대 후퇴…주가↓ 금리↑ 달러↑
#코스피 하락 출발 예상…”반도체·실적株가 하방 지지”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11일 국내 증시는 총선 야당 압승에 따른 밸류업 기대 후퇴와 예상보다 높은 미국 물가로 인한 충격이 예상된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 9일 코스피는 총선과 미국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에 대한 경계감에 2,700대로 후퇴했는데, 우려가 현실이 됐다.
전날 실시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 254석 가운데 161석을 차지하며 단독 과반을 달성하는 등 범야권이 압승을 거뒀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경제 정책에도 급제동이 걸리게 됐고 핵심 경제정책 중 하나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동력도 상당 부분 상실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그간 언급돼온 자사주 소각 또는 주주배당 증가분에 대한 세제 감면 등 세제 혜택이 부자 감세 반대를 내세운 야권의 반대에 가로막힐 수 있어서다.
당초 발표보다 빠르게 진행되던 가이드라인 제정 등 실행 속도에도 다소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올해 들어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으로 저PBR(주가순자산비율) 종목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입돼 지수 상승을 견인해왔던 점을 감안하면 실망감에 따른 매물 출회가 나올 경우 지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라는 큰 틀은 유지될 것인 만큼 오히려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정부 정책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상승하겠지만, 한국 주식시장의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양당간 합의가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 상당 부분 있다”며 “이미 정책 모멘텀 약화 가능성이 선반영된 현 주가에서 추가로 변동성이 나타난다면 오히려 매수 기회로 판단된다”고 했다.
글로벌 기준금리 인하 시점과 폭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미국 물가 지표도 긍정적이지 않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는 3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5% 상승했다고 밝혔다. 최근 6개월 사이 가장 높은 수치로, 전문가 예상치(3.4%)도 웃돌았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3.8% 상승해 지난달과 같은 상승세를 유지했다.
지난 1∼2월에 이어 물가 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면서 시장에는 인플레이션이 쉽게 둔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퍼졌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지연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으면서 위험 회피 심리를 키웠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1.0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95%), 나스닥지수(-0.84%) 등 3대 주요 지수가 모두 하락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인 4.55%까지 올랐으며, 미국 달러화 가치도 급등했다.
향후 인플레이션 경로와 연준의 정책 전환 시점을 놓고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미국 3월 CPI 쇼크로 인한 국채 수익률 급등, 달러/원 환율 상승이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를 강화할 것”이라며 “코스피가 1% 내외 하락 출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지난 9일 정부가 2027년까지 9조4천억원을 투입해 인공지능(AI)과 AI반도체 분야를 부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과 TSMC의 호실적에 엔비디아가 2% 가까이 오른 점 등은 지수 하방을 방어할 요소다.
한지영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1분기 실적시즌이 순조롭게 시작하면서 이익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증시에 하방 경직성을 부여할 것”이라며 “이익 전망이 개선되고 있는 반도체와 낙폭과대 저PBR주 중심으로 매수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조언했다.
cho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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