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4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2일 열린다. 시장에서는 딜레마에 처한 한국은행이 현재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유지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늦춰지고 있는데 다 농산품과 국제유가 오름세에 따른 고물가 우려가 여전하다는 점에서다.
고공행진 중인 가계부채와 경기 부진,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 금리 인상과 인하 요인이 엇갈리면서 관망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금융시장에 따르면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이날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3.5%에서 동결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이 금리를 3.5%로 결정하면 지난해 2월 이후 10차례 연속 동결하게 된다.
금융투자협회 조사에서도 금리 동결 의견이 높다.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3일까지 채권 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98%는 금통위가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금리 동결이 높게 점쳐지는 이유는 미국의 경기 호조와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인하 후퇴가 우선 꼽힌다. 연준은 최근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2월(1.4%)에서 2.1%로 상향 조정하면서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릴 필요성이 낮아졌다.
반면, 인플레이션 우려는 높아졌다. 미국의 3월 CPI(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3.5% 상승하며 6개월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낮췄다간 금리 역전차 확대에 고환율 장기화와 자본 유출 우려가 커진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연준의 6월 동결 가능성은 80%대로 오른 상황이다.
국내 물가 불확실성도 한은의 인하를 망설이게 한다.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두달 연속 3%대다. 농축수산물 물가는 11.7%로 2년 11개월 만에 가장 크게 상승했고, 중동 지정학적 분쟁에 브렌트유는 최근 배럴당 90달러를 넘으며 100달러 돌파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우리 경제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대출이 고공행진 중이라는 점도 금리 인하를 주저하게 만든다. 3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860조5000억원으로 13개월 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선뜻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이유는 경기 부진이 우선 꼽힌다. 수출 회복에도 고금리와 고물가에 고환율까지 겹치며 민간 소비 위축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다. 한은은 올해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로 대폭 하향 조정한 상태다.
금융 불안정에 대한 경계심도 동결 전망에 무게를 더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으로 건설업계의 자본 조달 경색 우려가 커졌다. 부동산 연착륙을 유도하는 정부와의 엇박자도 골칫거리다. 금리를 높였다가는 부동산 폭락에 따른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전 포인트는 소수 의견의 등장 여부다. 2월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 동결에도 한국형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서 3개월 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이창용 총재 메시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는 최근 금통위 때마다 고금리 장기화를 시사해왔다. 지난 1월에 이어 2월에도 이 총재는 “상반기 내 금리 인하는 사실상 어렵다”며 금리 인하 기대 차단에 나섰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봤다.
이어 “우리나라는 하반기 미국이 인하에 나선 후 1~2달 후 금리 인하에 나서 연내 1번 가량 내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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