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로 10차례 연속 동결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관망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물가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고공행진 중인 가계부채와 소비 위축,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따름 금융 리스크 등 인상과 인하 요인이 엇갈린 점도 동결 이유로 거론된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2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로 동결했다.
금통위는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7차례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2월부터 올해 2월까지 10회 연속 금리를 묶고 있다.
이번 금리 동결 배경으로는 우선 미국의 금리 불확실성이 꼽힌다. 한은의 선제적 금리 인하는 현재 2%포인트인 한미 금리 역전차를 확대해 외환 시장 불안감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연준은 최근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높여잡았다. 여기에 3월 CPI(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끼지 전년 대비 3.5% 올라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밀리고 있다.
시카고페드워치(CME)에 따르면 연준의 6월 동결 가능성은 70%대 중반까지 올랐고, 7월도 50%를 넘는다. 9월은 30% 수준으로 시장에서는 9월 인하 전망이 우세하다.
국내 요인으로는 꺾이지 않는 물가가 우선 거론된다. 우리나라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두 달 연속 3%대를 이어 가고 있다.
농산물 고공행진에 중동의 지정학적 분쟁에 따른 유가 공급 위축 가능성과 미국의 경기 호조에 따른 유가 상방 압력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 안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유연한 통화정책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3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860조5000억원으로 13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늘어나는 취약차주와 부동산 PF 위험도 적지 않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여파에 건설사를 중심으로 자금 경색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 운용도 물가에서 성장으로 모아지고 있다. 소비 위축 우려에 금리 인상 명분이 약해지며 한은으로서는 동결이 최선의 선택이란 시각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불안한데 유가와 환율까지 뛰고 있다”면서 “여기에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이 예상되면서 가계부채와 부동산 문제에 우선 동결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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