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미 소비자물가지수(CPI)발 쇼크에 증권가에서는 연내 금리 인하 횟수를 3차례에서 2차례로 축소 전망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올해 금리 인상이 아예 없거나 금리 인상에 나설 수도 있다는 관측까지 고개를 들었다.
12일 증권가에 따르면 미래에셋·KB·신한·키움·SK증권 등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첫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을 6~7월에서 7~9월로 늦추고 있다.
금리 인하 전망이 바뀌기 시작한 건 이달 들어서부터다. 미국 구매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수가 미국의 견조한 경기를 확인해준 데다 고용시장도 이민자 유입 영향이 있긴 했지만 신규 고용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났다. 여기에 10일(현지시간)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달 CPI가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금리 인하 기대를 급격히 후퇴시켰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CPI마저 시장 예상을 상회하면서 미국 통화 완화 기대 전반에 제동이 걸린 상황”이라며 “현재 구조적으로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주거와 자동차 보험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2%대를 진입했다고 하나 개인소비지출(PCE) 2%대 진입 만으로 6월 금리 인하를 실시하기에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조차도 밀릴 경우 11월 미 대선 시기에 가까워진다. 9월은 미 대선 전 마지막 FOMC로 연준 입장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금리를 인하하는 게 쉬운 선택이 아니다. 대선 직후 바로 11월 인하를 단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 경우 금융시장은 12월 인하 혹은 올해 인하를 완전히 배제하는 시나리오도 고려할 수 있다”며 “(실제로)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올해 4분기 1차례 인하를 언급했지만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금리를 추가 인상하는 역 피벗(Pivot·통화정책 전환)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에 대해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FOMC 의사록에서 현재의 통화정책이 덜 제약적일 가능성이 논의됐고 연준 내부에서 이와 같은 의견이 강화될 경우 올해 역 피벗 가능성도 높아지게 될 것”이라면서도 “높은 금리 환경이 유지되면서 경기 부담이 높아질 것이고 견고한 일자리 증가세에도 고용 둔화 시그널이 계속 확인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제시했던 금리 정상화 시나리오가 반전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국내 금리 인하 시기 지연도 불가피해졌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달리 둔화되기 시작한 내수 경로는 하반기 금리 인하 필요성을 높인다”면서도 “반도체 중심 수출 개선과 설비투자 반등은 2차례 이상 금리 인하 목소리를 낮추고 당초 7월로 봤던 금리 인하 시점을 8월 또는 10월로 늦추며 2차례로 봤던 금리 인하 횟수도 1차례로 조정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 첫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앞당겨지고 있다. ECB는 이달 회의에서 “6월 경제 전망을 통해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강화된다면 통화 긴축의 강도를 낮추는 게 적절하다”는 내용을 성명문에 포함시켰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정적인 디스인플레이션 흐름, 약한 성장 모멘텀 등 펀더멘털을 고려하면 ECB 금리 인하에 대한 정당성은 충분하다”며 “일부 위원들이 인하도 가능하다고 본 가운데 최근 ECB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들마저 6월 인하에 동의했다. 다만 금리 인하 속도와 관련해서는 이견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단기적으로는 급격한 금리 인하 기대 후퇴의 반작용 가능성을 염두에 둘 시점으로 12월 미 FOMC 내재금리는 5%를 향하고 있다”며 “연준의 올해 점도표 4.6%를 0.4%포인트 가까이 상회한 수준으로 최근 연준 위원들의 발언을 보면 점도표 변화가 불가피하지만 시장은 이에 대한 경계 심리, 불안 심리를 선반영 중이라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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