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박재형 특파원] 투자 대상으로서 비트코인(BTC)의 위상이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을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세계적으로 비트코인의 은퇴 연금 편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3월 일본의 대규모 정부연금투자기금(GPIF)이 비트코인을 포함한 새로운 투자 다각화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발표하면서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근로자의 은퇴를 위한 자금을 위험에 빠뜨릴 가능성이 없는 선진국이자 규제가 엄격한 일본에서 이러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관심이 집중됐다.
GPIF는 1조 50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세계 최대 공적 연금 중 하나로 알려졌다.
일드 앱(Yield App)의 최고투자책임자 루카스 킬리는 “GPIF는 세계에서 가장 큰 국부 펀드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는 매우 큰 뉴스”라고 말했다.
비트와이즈 자산운용(Bitwise Asset Management)의 최고투자책임자 매튜 호건은 “비트코인은 이제 금, 농지 및 기타 대체 자산과 함께 테이블에 오를 수 있게 됐다”면서 이는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생각하지 못할 큰 진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주민 은퇴 연금에서 비트코인에 투자하려는 계획은 일본 GPIF만의 일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최근 애리조나 주 의회에서 주 퇴직 시스템과 공공 안전 직원 퇴직 시스템이 디지털 자산과 비트코인 ETF에 투자하도록 장려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암호화폐 및 블록체인 옹호 단체인 디지털 상공회의소는 “비트코인의 시가총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섰고, 증권거래위원회가 여러 비트코인 ETF를 승인하는 등 기관의 채택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수익 잠재력을 무시하기에는 너무 크게 성장했다”고 밝혔다.
또한 2023년 11월, 한국의 국민연금공단은 나스닥 상장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주식 28만 주 이상을 매입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스위스 금융 서비스 회사로 암호화폐 자산을 전문으로 하는 스크립트(Scrypt)의 최고상품 책임자 시릴 피포드는 코인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연금 투자 기금이 투자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을 포함시키는 것을 고려하는 것은 연기금이 종종 보수적인 투자자로 특징지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언뜻 보기에는 놀랄 수 있다”면서 하지만 몇가지 이유로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피포드에 따르면, 하버드, 예일, 스탠포드, MIT와 같은 명문대에서는 기부금의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 투자를 이미 시작했다. 대학 기부금은 자본 보전을 우선시하며 암호화폐와 같은 변동성이 큰 투자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연기금과 비슷한 성격이 있다.
또한, 수탁 및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투자자들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연기금이 더 많은 투자를 모색할 수 있는 추가적인 인프라와 자신감을 얻게 됐다.
이와 함께, 스탠포드 대학교의 경제정책연구소는 미국의 연기금이 자금 부족에 따라 더 많은 투자 대비 수익률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점도 비트코인에 대한 관심을 높였을 것으로 분석했다.
스위스 은행그룹 UBS의 전직 임원 바실 마이어는 “은퇴 연금 계획을 제공하는 은행 등 기관들이 최근 몇 주 사이 포트폴리오에 비트코인 ETF를 추가하기 시작한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이러한 추세는 암호화폐 자산을 합법적인 투자 옵션으로 인식하는 변화를 시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