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총선 이후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는 ‘4월 위기설’이 또다시 대두됨에 따라 금융당국이 과도한 시장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일축하고 있지만 건설업계의 줄도산과 금융권의 동반 부실 우려가 끊이질 않자 위기설 차단과 함께 부동산 PF 정상화 방안 마련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PF발 불안요인으로 시장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사업성 평가기준 개편, 부실사업장 정리·재구조화 등을 차질없이 이행하되 이해관계자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발생하지 않도록 채권금융사, 부동산신탁사와 건설사 등과도 충분히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시장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에서 부동산 PF 관련 우려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지 않도록 부실사업장 ‘옥석가리기’에 속도를 내는 동시에 막연한 불안감이 확산되지 않도록 금융회사, 건설사 등과 충분한 소통을 통한 위기설 진화를 주문한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달 21일 ‘부동산PF 정상화 추진 위한 금융권·건설업계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상반기 내에 시스템적 리스크 요인으로 작동할 만한 문제가 될 정도의 건설사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유동성 이슈와 관련해 면밀히 대응해 온 만큼 앞으로도 정책 수단으로 충분히 커버 가능하다. 4월 위기설은 걱정 안해도 된다”고 한 바 있다.
4월 위기설은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심화돼 건설사들이 줄도산을 맞고 대출을 내준 금융회사들로까지 부실이 전이될 것이는 게 요체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임시방편으로 위기를 틀어막고 있었기에 총선 후에는 부실이 한꺼번에 터질 것이란 시나리오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전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35조6000억원으로 같은해 9월말 대비 1조4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은 2.70%로 9월말(2.42%) 대비 0.28%포인트 상승했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PF대출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하고 있으며 과거 위기 대비 연체율과 미분양도 크게 낮은 상황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건전성 강화 조치로 금융회사가 PF 부실에 대한 충분한 손실흡수와 리스크관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불안이 가라앉지 않고 있자 4월 위기설을 잠재우기 위한 부동산 PF 정상화 계획을 발표키로 한 상태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은행권을 비롯해 저축은행, 보험사, 상호금융사, 여신전문금융사 등 업권별 면담을 2주간의 일정으로 진행 중이다. 부동산 PF 정상화 계획의 의견 수렴을 위한 자리로 각 업권과 금융사별로 PF 사업장 현황을 재확인하고 필요한 제도적 뒷받침이 무엇인지 의견을 듣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 중 부동산 PF 정상화 계획을 공개하고 5월부터 실제 집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정상화 계획에는 사업성이 입증된 부동산 PF 사업장에 신규자금을 지원하고 부실 사업장의 신속한 정리를 위해 경·공매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담길 전망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민생활력 제고를 위한 취약부문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정상 사업장에는 보증 공급을 확대하고 일시적 유동성 부족을 겪는 사업장에는 신규자금 대출을 유도하기로 했다.
우량 PF사업장임에도 돈이 제대로 돌지 못한다는 현장의 애로사항을 고려한 대책이다. 건물을 이미 쌓아올린 본PF 단계는 사업성이 이미 입증된 만큼 자금력만 확보되면 정상화가 가능하다.
부실 사업장 정리를 위해 경·공매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현행 대주단 협약은 일부 채권자들이 반대하면 경·공매 돌입이 어려운 구조다. 이에 금융당국은 일부 채권자만 동의하더라도 경·공매를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PF사업장의 사업성을 더욱 정교하게 평가하고 부실 사업장의 정리를 촉진하기 위해 사업성평가 기준 개편도 추진하고 있다. 채권 분류를 기존 양호-보통-악화우려 등 3단계에서 양호-보통-악화우려-회수의문 등 4단계로 세부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 이상 본PF로 전환되지 않고 만기연장 된 브릿지론은 다양한 비용 부담이 쌓인 만큼 사업성이 없는 부실 사업장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본PF로 착공돼도 공사 진행률과 분양률이 미진하면 사업성이 저하됐다고 보고 사업장 평가기준을 엄격히 적용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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