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동결을 10회째 이어가며 이제 시장의 관심은 금리 인하 시점으로 이동하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에 위축된 소비 심리를 끌어 올리기 위해선 금리 인하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변수는 꺾이지 않은 물가와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다.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 시점이 밀리고, 횟수가 줄어들면서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은 미국의 금리 인하 이후인 3~4분기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한은에 따르면 전날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3.5%에서 동결했다. 지난해 2월에 이어 10차례 연속 동결로 금통위원 전원 일치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간담회 내내 물가 불확실성에 금리 결정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통위원 전부가 하반기 금리 인하를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 “유가 안정에 연말 물가 상승률이 2.3%로 가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높으면 인하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우리나라의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두 달 연속 3%대를 이어 가고 있다. 농산물 고공행진에 중동의 지정학적 분쟁에 따른 유가 공급 위축 가능성과 미국의 경기 호조에 따른 유가 상방 압력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다. 브렌트유는 최근 90달러를 넘어 100달러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예상 시점이 밀려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자본 유출 우려에 미국보다 금리를 낮추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1년5개월만에 1370원대를 뚫었다. 시카고페드워치(CME)에 따르면 연준의 7월 동결 가능성은 50%를 넘으며 9월 인하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인하가 3분기에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다수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 기조 둔화가 완만해지면서 연준의 첫 금리 인하는 6월보다 7월로 미뤄질 전망”이라면서 “한은의 첫 금리 인하 시점도 7월보다 8월로 지연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총재가 5월 수정 경제전망과 함께 6월 ECB의 정책 결정을 확인하겠다고 언급했고, 6월 FOMC가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미 연준이 하반기 중 인하 신호를 유지할 경우 한국은행은 7월부터 금리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봤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금리인하에 나서려면 연준 통화정책 등이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 경제지표 호조에 따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후퇴는 한은의 정책 전환에 큰 부담으로 한은의 첫 금리 인하 시점 전망을 2분기에서 3분기로 수정한다”고 예상했다.
한은의 금리 인하가 4분기가 돼야 가능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에 물가가 가장 중요한 변수로, 물가의 상방 요인을 감안해 상반기 인하는 배제한다”면서 “최근 미국 물가 지표에 따라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은 9~12월, 한은의 금리 인하는 10~11월”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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