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군이 13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선적 컨테이너선 MSC 에리즈를 나포하는 모습==연합[IRNA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란 “이스라엘인 기업 운영 선박”…호르무즈 봉쇄 우려 커져
#이스라엘 “대가 치를 것” 비난…추가 공격 대비 태세·휴교령
#美 “해적 행위” 규탄…별장 간 바이든 대통령 백악관 긴급 복귀
(카이로·이스탄불=연합뉴스) 김상훈 김동호 특파원 = 이스라엘과 무력 충돌 가능성이 높아진 이란이 13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스라엘 연관성을 이유로 선박 한 척을 나포했다.
이달 초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이 이스라엘군에 공격당한 이후 보복을 공언해온 이란이 첫 적대적 대응에 나서면서 중동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이스라엘은 강경 대응 의지를 보이며 이란이 지역 분쟁 확대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맹비난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이날 “혁명수비대(IRGC)가 시온주의자 정권(이스라엘)에 연관된 선박을 나포했다”며 이 배가 이란 영해로 이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IRNA는 “해군 세파 특수부대(SNSF) 소속 해병대원들이 호르무즈 해협 인근 해상에서 ‘MSC(지중해 해운) 에리즈’ 컨테이너선 갑판에 헬기로 강하하는 작전을 통해 선박을 나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포르투갈 국적의 이 배는 에얄 오페르라는 시온주의 거물이 소유한 기업 ‘조디액’이 운영한다”며 이스라엘과 관련성을 강조했다.
조디액해운은 이스라엘 재벌 에얄 오페르가 소유한 조디액그룹의 계열사로,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있다.
IRNA는 선박 나포 때 찍힌 영상도 공개했다. 이란 군인들이 공중에 뜬 헬리콥터에서 로프를 타고 내려오는 레펠 침투를 통해 선적된 컨테이너 위로 내려오는 모습과 이를 보고 승조원들이 소리치는 목소리 등 긴박했던 당시 상황이 담겼다.
조디액그룹은 성명에서 나포된 선박이 MSC에 장기 임대된 상태라며 “MSC가 화물 운영과 유지 관리 등 모든 선박 활동을 담당한다”는 입장을 냈다.
MSC는 성명에서 해당 선박의 승선원이 25명이라고 밝히며 “승선원의 안전과 선박의 무사 귀환을 위해 관련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은 이란 발표 직후 영상 성명을 통해 “이란은 상황을 더 확대하기로 결정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높은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이란의 추가 공격에 대한 대비를 강화했다”며 “군은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으며, 동맹국과 함께 이스라엘 국민 보호에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외무장관도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IRGC가 유럽연합(EU) 소유의 포르투갈 민간 화물선을 나포했다”며 “EU와 자유 진영이 즉각 IRGC를 테러 조직으로 규정하고 이란을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가리켜 “하마스 범죄를 지원하는 범죄 정권이 국제법을 위반하며 해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추가 공격에 대비해 전면 경계태세에 돌입했으며, 군용기 수십대와 공수부대도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국내선전사령부는 긴급 상황에 대비해 오늘 15일까지 각급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미국 델라웨어 별장에서 휴일을 보내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사건 발생 직후 백악관으로 긴급 복귀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성명에서 이란의 선박 나포를 두고 “국제법의 노골적인 위반이자 해적 행위”라고 규탄하며 “우리는 파트너들과 함께 협력해 이란이 자기 행동에 책임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르투갈 정부도 성명에서 “이란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며 “해명과 추가 정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고 스푸트니크 통신이 보도했다.
영국 해군 해사무역기구(UKMTO)는 향후 유사 나포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이곳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주의를 당부했다.
지난 1일 이스라엘군이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격한 데 대한 보복을 공언해온 이란은 지난 9일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서도 “적이 우리를 방해한다면 우리는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에서는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 무력 충돌이 벌어질 경우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위기가 반영돼 전날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배럴당 92달러선까지 치솟는 등 국제유가가 요동치고 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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