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 전망에 투자심리 위축 속 금주 시장 변동성 커질 듯
이란 리알화, 미 달러화 대비 사상 최저치로 급락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이란이 사상 처음으로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공격하면서 중동의 전쟁 위기가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이번 공습이 ‘보복의 악순환’으로 이어질지에 글로벌 금융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중동의 위기 고조는 최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고착화하면서 고금리 장기화 전망으로 투자자들이 이미 불안에 떨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것으로, 이번 주 시장에 변동성 악화를 불러올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미 CNBC 방송 등에 따르면 시장에서는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글로벌 자금들이 국채, 금, 미 달러화 등 안전자산으로 옮겨가면서 주식시장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할 때부터 시장참여자들의 가장 큰 우려는 이란이 전쟁에 휘말리는 것이었으며, 이제 그런 우려가 현실이 됐다.
다만 지난 12일 이란의 공격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이미 안전자산으로 옮겨간 데다 이란이 이번 공격 이후 시리아 주재 자국 영사관 폭격에 대한 대응이라며 “그 문제는 종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언급한 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미국이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반격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보도 등으로 고조되던 시장의 긴장감이 다소 누그러지는 듯한 분위기다.
플러리미 웰스의 패트릭 암스트롱 최고 투자책임자는 “이러한 순간 투자자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은 안전한 자산을 찾는 것”이라며 “향후 반응은 이스라엘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이스라엘이 사태를 확대하지 않는다면 위험자산이 싸지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호주 시드니에서 달러화는 혼조세로 출발한 반면 일본 엔화는 미 달러화와 유로화에 대해 상승세를 보이는 등 시장 초반 투자자들은 신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도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 9% 가까이 하락했으나 이날 반등해 6만4천달러 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증권시장은 이날 거래량이 줄어든 가운데 소폭 하락세를 기록했으며, 이스라엘 증시는 최소 9번의 등락을 거듭한 끝에 소폭 상승으로 마감됐다.
다만 이란 통화 리알화는 미 달러화 대비 사상 최저치로 급락했다.
외환 사이트 본바스트에 따르면 14일 오전 10시30분께 시장에서 한때 미 달러화당 70만5천리알을 기록했다.
이란 정부는 2018년에 공식 환율을 미 달러당 4만2천리알로 설정해 놓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제 투자자들이 공격과 반격 등 보복 악순환 위험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석유 가격이 그러한 흐름의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브렌트유가 올해 들어 이미 20% 가까이 상승해 배럴당 90달러를 웃돌고 있는 가운데 중동 분쟁이 아직 석유 생산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홍해 지역에 대한 공격으로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으며, 이번 공격으로 분쟁이 확산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면 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지역의 긴장 고조는 이번 주 글로벌 금융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망스러운 은행 실적 등에 의해 지난해 10월 이후 주간 기준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약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번 사태로 추가 하락이 우려되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에너지비용 상승이 인플레이션 공포를 더욱 확대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상 국채는 불확실성이 커지면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지만 고금리 지속 우려가 그런 이점을 상쇄할 수도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들어 이미 13% 상승해 온스당 2천400달러를 돌파한 금값은 이번 주도 중동지역 긴장 고조로 강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이 더욱 고조되면 주식시장에서 매도세가 발생하고, 투자자들은 증시 손실을 메우기 위해 보유 중인 금과 은을 매각할 수 있어 이들 귀금속을 매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마켓워치는 전했다.
투자자들은 또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미 달러화를 선호하면서 지난주 달러화 지수는 1.3% 상승해 2022년 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같은 달러화 강세 속에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 약세로 인해 당국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특히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중동 긴장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으로 인식되는 미 달러화 수요가 더욱 커질 수 있어 이들 당국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태국, 폴란드의 당국자들은 통화 변동성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있고 필요할 경우 개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으며, 인도네시아와 페루, 이스라엘은 이미 달러 매도에 나선 상황이다.
중국은 위안화를 지지해 경기침체를 악화시킬 위험을 감수할 것인지, 아니면 약세를 방치해 자본 유출을 촉발할 것인지를 놓고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중국 당국은 현재 위안화를 지지하고 있지만 달러화 강세가 이어지면 추가 수단을 강구해야 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nadoo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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