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 전례 2차례”…전문가 “유가 상승, 이스라엘 맞대응 관건”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습으로 중동이 최악의 확전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전 세계 핵심 원유 운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여전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앞서 이란은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예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도 있다는 점을 내비친 바 있다.
알리레자 탕시리 이란 혁명수비대 해군 사령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과 관련, “우리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적이 우리를 방해한다면 우리는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포르투갈 국적의 이 배는 에얄 오페르라는 시온주의 거물이 소유한 기업 ‘조디액’이 운영한다”며 이스라엘과의 관련성을 강조했다.
그 뒤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무인기(드론)과 미사일 등 300기를 발사하고, 이스라엘은 이에 맞대응할 방안을 저울질 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초강수 카드까지 꺼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해역의 입구로, 이란과 오만 사이의 좁은 바닷길이다.
이곳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이라크 등 중동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를 수출한다. 전 세계 원유의 해상 수송량의 20%를 담당하고 있어 ‘원유의 동맥’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이란은 미국과의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원유 수출로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고, 이 수로를 지나는 미국과 그 우방의 상선을 억류·공격해왔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된 전례는 1973년, 1979년 등 두 차례 있었다.
당시 어지러운 중동 정세 속에서 해협이 폐쇄되면서 급격한 원유 가격 상승을 경험한 세계 각국은 그동안 중동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지만, 여전히 이 해협이 원유 수송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FT는 전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의 유가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란이 실제 해협 봉쇄를 단행할지,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맞대응 수위를 어떻게 설정할지 등이 향후 추이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석유 중개업체 PVM의 토머스 바르가는 “거래가 재개되면 가격 상승을 기대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다만 아직 생산에 아무런 영향이 없고 이란 측이 보복 후 ‘문제가 종결된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말한 점에 주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기 시장 반응이 아무리 격렬하고 고통스럽더라도 해당 지역의 공급이 실질적으로 중단되지 않는 한 랠리는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에너지 애스팩츠의 암리타 센 리서치 이사도 “위기가 공급 차질을 일으킬 정도로 확대되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유가가) 하락할 수 있다”며 “다만 그것은 이스라엘이 신중한 대응을 선택했다는 것이 분명한 후에 가능한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란이 실제 해협 봉쇄를 단행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해협 봉쇄로 이란 자신이 중대한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FT는 이란의 대(對)중국 석유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고 지난해 10월 기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일일 원유량(1천500만 배럴) 중 100만 배럴 이상이 이란산이었다며 “이란에도 해협 폐쇄는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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