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34조원”…아시아 기관 자금 유입 기대
미국과 달리 ‘이더리움’ 현물 ETF도 승인
고래들, 승인 직후 이더리움 441억원치 매수
[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홍콩이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를 승인했다. 최악의 불황으로 표류 중인 중국 본토 자금을 비롯해 아시아 기관 자금이 대거 유입된다면 코인 상승장 2막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1막인 ‘비트코인 1억 시대’는 지난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이후 열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전날 ▲차이나애셋매니지먼트 ▲보세라 자산운용 ▲해시키 캐피털 ▲하베스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등이 신청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를 처음으로 승인했다.
이로써 홍콩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한 국가가 됐다. 글로벌로는 독일과 캐나다, 미국에 이어 네 번째다. 다만 독일과 캐나다에서는 파급력이 약해 미국 현물 ETF가 첫 승인으로 알려졌다.
현물 ETF는 신규 자금을 대거 흡수하는 시장 최대 호재다. 공급 충격을 일으키는 반감기와 함께 대표 상승 촉발제로도 꼽힌다. 수요를 폭발시킨다는 점에서 수급 상황을 개선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10일(현지시간) 승인됐던 미국 현물 ETF 11종은 현재까지 약 590억달러(약 81조7000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이 중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비트코인 현물 ETF ‘아이셰어 비트코인 트러스트(IBIT)’에는 석 달 만에 150억달러(20조7675억원)가 유입됐다.
홍콩 현물 ETF 역시 이를 따라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예상되는 유입 자금 규모만 최대 34조원이다. 이 중 대부분은 최근 불황으로 표류 중인 중국 본토 자금과 아시아 기관의 투자금일 것으로 보인다.
정석문 프레스토 리서치센터장은 “홍콩 거래소에 상장될 비트코인 현물 ETF에는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상장 후 첫 12개월 동안 100억~200억 달러(약 14조~28조원)의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상자산 리서치업체 매트릭스포트는 “비트코인 현물 ETF는 홍콩에서 중국 투자자로부터 최대 250억달러(34조원)의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싱가포르 가상자산 거래 업체 QCP캐피털은 전날 코인데스크와 인터뷰에서 “SFC가 중국 자산운용사들의 비트코인·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함으로써 가상자산 진입을 원하는 기관 투자자들이 아시아 기반 대안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향후에는 미국 현물 ETF를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홍콩 당국이 이를 위해 마련한 두 가지 차별점이 근거다.
우선 홍콩은 미국과 달리 이더리움 현물 ETF도 동시에 승인했다. 현재 미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만 승인했으며, 이더리움은 검토 중이다.
홍콩 현물 ETF는 현물 환매도 가능하다. 미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현금 상환만 허용했지만, 홍콩은 현금과 비트코인 현물 상환을 모두 허용한 것이다. 이는 거래 비용을 낮춰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정 센터장은 “홍콩 현물 ETF는 현물(실물) 발행과 환매를 채택해 시장 효율성을 높이고 유동성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미국 현물 ETF와 차별점을 뒀다”며 “현물 환매 방식은 현금 환매보다 절차가 단순해 세금과 거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투자 접근성을 제고, 강세장을 견인할 것이란 분석이다.
루시 후 메탈파 홍콩 디지털 자산운용사 수석 애널리스트는 “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는 새로운 글로벌 투자금을 가지고 올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상자산 지위를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봤다.
QCP캐피털은 “홍콩 비트코인 현물 ETF 소식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단계적으로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거시경제 이벤트 등 중요한 변동성 요인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승인 직후 고래들의 매수세가 나타나기도 했다. 스팟온체인에 따르면 전날 홍콩 현물 ETF 승인 소식 이후 8개 고래 주소가 3188만달러(441억원) 규모의 이더리움 9787개를 매수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같이 보면 좋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