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중동 분쟁의 전면전 위기에 고유가와 고환율 우려가 높아지면서 물가 관리에 경고음이 켜졌다. 인플레이션이 재차 자극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을 비롯한 각국 각국 통화당국이 금리 인하에 신중해질 것이란 관측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완화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연내 금리 인하가 어렵다는 시각까지 나왔다.
16일 뉴욕상품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각) 6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은 0.7% 오른 배럴당 90.45달러를 기록했다. 장중에는 92.18달러까지 치솟았다. 5월 인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0.9% 상승한 85.66달러를 보이며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중동 전쟁이 확전 기로에 놓인 영향이다. 이란은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을 향해 수백 대의 무장 무인기(드론)와 미사일을 쏘며 공습을 전격 감행했다. 이란의 첫 전면적인 이스라엘 본토 공격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대응을 만류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스라엘의 공격 여부와 시기 및 방식 결정에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가능성이 없는 것 만은 아니다. 특히 이란이 세계 석유의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는 더욱 급등할 우려가 높다.
시장에서는 확전시 유가가 배럴당 최대 130달러까지 뛸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최근 외신 인터뷰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대로 치솟을 것”이라고 봤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우리나라의 물가 압력은 더욱 높아진다. 소비자물가에 직접 영향을 끼칠뿐더러 기대인플레이션을 높여 제조사들의 가격 인상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총선 전까지 가격 인상을 자제해온 식품업체들도 치킨업체를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가격 인상에 나설 여지도 있다.
그런가 하면 환율도 치솟고 있다. 전날 원·달러는 전거래일 대비 8.6원 오른 1384.0원을 기록했다.1380원대 환율은 종가기준 2022년 11월8일 1384.9원 이후 처음이다. 1350원대 환율이 1380원대로 급등한 기간은 사흘에 불과할 정도로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환율 급등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금리 인하 시점 지연 전망이 더해진 결과다. 한달 전 70%를 넘었던 연준의 7월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3월 CPI 발표 후 57%까지 낮아졌다가 전날에는 52%까지 내려왔다.
전면전이 현실화될 경우 환율이 1400원대로 수직상승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유가 상승으로 이어지면 달러 강세와 원화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WTI가 배럴당 90달러를 넘어서면 원·달러 1400원대 진입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고환율 역시 물가 압력을 높이는 요소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같은 수량을 사더라도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해 수입물가가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원유와 곡물가 등 수입 원자재가격 부담도 높아진다.
이에 따라 물가 우려에 한은도 선뜻 금리 인하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는 평가다. 금통위는 4월 기준금리를 10회 연속 3.5%로 묶으면서 “물가상승률이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높은 수준이고, 주요국 통화정책과 환율 변동성, 지정학적 리스크불확실성도 여전히 크다”고 우려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가 밀리면서 환율이 오르던 와중 중동 이슈에 유가까지 오를 수 있다”면서 “미국이 1번이나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사실상 우리나라의 연내 금리 인하는 불가능하다”고 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4월 금통위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전원이 하반기 금리 인하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개인적으로는 (5월 전망 이후) 두 번 정도 데이터를 보고 확신을 갖는 게 좋을 것 같다”며 금리 인하에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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