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서혜림 이도연 기자]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란의 보복 공습에 맞대응을 검토하는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표적으로 삼을 가능성을 우려하며 자제를 촉구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그로시 총장은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항상 그런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이는 “극도로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로시 총장은 이란이 전날 ‘안보상의 고려’를 이유로 자국의 핵 시설을 폐쇄했다가 이날 다시 열었다고 전했다.
다만 현재 IAEA 사찰단은 상황이 완전히 진정될 때까지 이란 핵 시설에 접근하지 않도록 조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16일 (현지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며 “이것은 우리의 검사 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의 이란 핵시설 공격 가능성과 관련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일단 그럴 가능성이 작은 것으로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란의 핵시설이 지하 깊은 곳에 있고, 공격에는 미국의 지원과 도움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마이클 오런 전 미국 주재 이스라엘대사는 미국은 이스라엘의 반격을 승인한 적이 없다며 “방어에서 반격으로 전환하면 미국의 지지를 잃는다”고 말했다.
다만 이스라엘은 과거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관련된 인원과 기반 시설을 공격한 적이 있다는 점 때문에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의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반격이 석유 시설과 같은 주요 국유 시설에 대한 표적 공격이나 사이버 공격이 될 수 있다고도 예상한다.
이날 그로시 총장은 또 우크라이나에 있는 유럽 최대 규모의 원자력 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이 최근 잇단 드론 공격을 받은 데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출석해 지난 7일 이후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세 차례 공격을 확인했다며 “이러한 무모한 공격은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행히 이번에는 방사능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공격 때문에 원자력 안전이 이미 위협받는 자포리자 원전의 위험성이 급증한다”고 경계했다.
이어 “2년간의 (우크라이나) 전쟁이 자포리자 원전의 안전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우리는 위험할 정도로 핵사고에 가까워지고 있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주사위의 역할에 맡기는 안일함을 가져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로시 총장은 자포리자 원전을 공격한 주체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그는 회의 뒤 공격 가해자가 누구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을 확인하는 것은 “그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유럽 최대 규모 원전으로 전쟁 발발 직후인 2022년 3월 초부터 러시아의 통제를 받는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 7일부터 사흘간 잇단 드론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는 해당 공격이 우크라이나군의 소행이라고 주장했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허위 정보를 퍼뜨리기 위해 조작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로시 총장은 지난 9일 성명에서도 “배후에 누가 있든 불장난을 하는 것”이라며 “원전 공격은 극도로 무책임하고 위험하며 중단돼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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