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남주현 기자] 강달러에 원화 가치가 속절없이 떨어졌다. 원·달러가 레고랜드 사태 이후인 17개월 만에 장중 1400원대를 터치했다. 다만 외환당국의 구두개입에 다시 1390원 중반으로 내려왔다.
16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는 전일대비 10.5원 오른 1394.5원에 거래를 마쳤다. 2022년 11월 7일 기록한 1401.2원 이후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직전일에 비해 5.9원 오른 1389.9원에 장에 나섰다. 오후 11시31분 께에는 1400.0원까지 올랐지만 당국의 시장 개입 경계심이 상승 폭을 줄여나갔다.
이날 외환당국은 “환율 움직임과 외환수급에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공식 구두개입에 나섰다.
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도 이날 오전 ‘관계부처 합동 비상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시장이 과도한 변동성을 보이는 경우에는 즉각적이고 과감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록한 장중 1400원대 환율은 1997~1998년 외환 위기(IMF사태)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 등 주요 이벤트가 발생한 시기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내보다는 외부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다. 미국의 견조한 경기 지표에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후퇴된 데 다 중동 정세 불안 변수까지 더해지며 달러 강세가 유발된 이유가 크다.
전날(현지시각) 미 상무부는 미국의 3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7% 증가한 796억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증권가의 시장전망치 0.3%를 크게 웃돌며 호조를 보였다.
이 결과 금리 인하 기대감은 밀렸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의 7월 인하 기대는 한달전 70%대 후반에서 이날 48%까지 내려온 상황이다.
미 국채금리는 치솟았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4.616%로 지난해 11월 14일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통화 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 수익률은 4.925%까지 올랐다.
중동 불안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주말 이란이 이스라엘에 직접 공격을 가하면서 불거졌던 지정학적 위험은 이스라엘이 전면전 유발보다 ‘고통스러운 보복’으로 선회했지만 안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그대로 달러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전날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는 106.205포인트로 0.167포인트 상승해 5개월 내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반면 엔화 약세는 원화 값을 끌어내리고 있다. 이날 엔·달러는 장중 154엔을 돌파해 34년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최근 달러 강세에 원화는 엔화와 동조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국내 증시 부진도 원화 약세 요인이다. 코스피는 전일대비 2.38% 내린 2609.63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2600선에 거래된 건 종가 기준 지난 2월7일(2609.58) 이후 2개월여 만이다.
코스닥은 2.30% 떨어진 832.81에 마감했다. 외국인은 코스피와 코스닥에서는 각각 2747억원과 1566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민혁 국민은행 연구원은 “강달러가 지속되는 가운데 엔화가 달러당 154엔을 돌파하며 원·달러 상승 압력이 커졌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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