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남주현 기자] 원·달러가 8거래일 만에 하락하며 환율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의 매파 발언에 따른 강달러에도 외환당국이 연이어 구두 개입과 미세 조정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자 이에 따른 경계심이 더 크게 작용한 결과다. 다만 시장에서는 미국의 통화정책과 중동 분쟁 불확실성이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만큼 당분간 1400원대 재진입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시각을 내놨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는 전일대비 7.7원 하락한 1386.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4일 1.8원 내린 후 8거래일 만에 하락세다. 이날 환율은 직전일에 비해 4.5원 내린 1390.0원에 거래를 나서 낙폭을 확대했다. 장중 최고가는 1390.8원이며, 저가는 1382.6원이다.
전날 만해도 환율은 미국 경제 지표 호조에 따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쇠퇴와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맞물리며 장중 한때 1400원까지 급등했다. 1400원대 환율은 1997~1998년 외환 위기(IMF사태)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레고랜드 사태에 이어 4번째다.
이날 역시 달러 강세는 지속되고 있다. 견조한 미국 경기와 인플레이션 우려에 연준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면서다. 파월 연준 의장은 전날 워싱턴DC의 경제 포럼에서 금리 인하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했고 이 영향으로 달러인덱스는 106.372로 전일대비 0.164포인트 올랐다.
하지만 외환당국의 개입 경계와 단기간 급등에 따른 피로감, 차익실현 매물에 원·달러는 하락세를 보였다. 외환당국이 전날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구두 개입에 나선 후 미세조정으로 추정되는 달러 매도 물량이 나오면서 시장 경계심이 높아졌다.
이어 이날은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장관이 원화와 엔화 통화 가치가 급락에 대해 “변동성에 적절한 조치를 위할 것”이라고 시사했다.이창용 한은 총재도 오전 외신 인터뷰를 통해 “시장 펀더멘털을 고려할 때 변동성은 다소 과도하다”며 “시장 안정화 조치에 나설 충분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며 구두개입성 발언을 내놨다.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우려가 일부 줄었다는 점도 원·달러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우리나라는 석유 의존도가 높아 환율은 지정학적 분쟁에 따른 영향을 크게 받는다. 조윤제 금통위원은 전날 간담회를 통해 “달러 강세에 비해 원화가 더 절하된 것은 중동 정세 불안 등으로 석유 수입에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WTI 5월물은 전일대비 0.1% 내린 배럴당 85.36달러에 브렌트유도 0.1% 빠진 90.02달러에 거래됐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 타격 대신 친이란 무장 세력 본거지 공격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에 시장은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날 오후부터 구두개입이 나오면서 환율 상단이 제약됐고, 달러 강세에도 한·일 공동 구두개입 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아직 미국의 금리 인하가 불확실하고, 중동 이슈가 해결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1400원 가능성은 열어놔야 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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