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이 연일 급락하자 코인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통 호재 반감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뛰어들었다가 “계좌가 녹아내렸다”는 비명도 들린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이 최근 하락세로 9000만원 대를 반납했다. 9000만원대가 깨진 것은 지난달 20일 이후 한 달여 만이다.
이날 오후 3시52분 빗썸 기준 비트코인은 전일 대비 1.77% 하락한 899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날 오전 9시께 9100만원대 거래되던 비트코인이 한나절 만에 또 떨어진 것이다.
◆”심상치 않은 하락세?”…상승한 알트코인 개수 ‘0’
이번 하락세는 직전 조정 때 겪은 낙폭과 다르다는 시각이 짙다. 1억원대를 반납한 뒤 2~3일 내 다시 1억원대를 회복했던 탄력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호재가 전혀 반영되지 않는 점도 심상치 않다. 지난 15일 홍콩이 아시아 최초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승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이후 5% 추가 하락한 것이다.
비트코인 이외 가상자산인 알트코인의 장세는 더욱 처참하다. 최근 일주일 동안 상승한 알트코인 개수가 제로(0)에 달하는 상태까지 악화한 것이다. 현재 하락률이 가장 적은 코인이 상승률 1위를 기록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같은 시각 업비트 주간 상승률 상위 코인 1위는 트론(-6.47%)이 기록했다. 이어 맨틀(-9.51%), 엘프(-11.40%), 이더리움(-12.86%) 순이었다. 12%가 떨어졌음에도 상승률 상위권에 위치한 셈이다.
코인 시장이 이렇게 무너진 배경은 변동성이 높아지는 반감기를 이틀 앞두고 지정학적 불안과 거시 경제 악재 등이 겹친 탓이다. 역사상 4번째인 이번 반감기는 오는 20일 예정돼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 폭락은 지난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 이후부터 시작됐다. 뒤이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16일(현지시간) 금리 인하에 급제동까지 걸자 상승 반전 동력은 더욱 희미해졌다.
이날 포브스에 따르면 브렛 시플링 거버 가와사키 투자 고문은 “이번 비트코인 하락 요인은 크게 2가지”라며 “반감기와 관련해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판다는 오랜 투자 격언을 시장이 일부 받아들인 것과 중동 갈등, 고금리 유지 우려 등 거시 환경 이슈”라고 진단했다.
◆”반감기도 소용없어”…장기 전망은 여전히 ‘쨍쨍’
월가 전문가들은 당분간 하락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중동발(發) 불안감에 금융시장 전체가 위축된 상황이라 비트코인만 상승 반전을 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특히 이번 반감기가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할 가능성도 비관론을 부추긴다.
경제학자 피터 쉬프는 이날 X를 통해 “비트코인이 6만달러 아래로 떨어질 경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구매자들이 주요 매도자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월가도 비트코인을 매도할 것”이라고 약세를 점쳤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비트와이즈는 지난 16일(현지시간) X를 통해 “지난 3번의 비트코인 반감기 직후에는 큰 가격 변동이 없었다”며 “반감기 다음 해에 더욱 큰 상승률을 보였다”고 밝혔다.
반면에 금융시장 회복과 함께 반감기와 현물 ETF 등에 따른 강세장을 누릴 것이란 낙관도 제기된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풀리면 비트코인을 중심으로 금융 자산이 다시 오를 것이란 설명이다.
앤서니 폼플리아노 폼프 인베스트먼트 창립자는 이날 폭스비즈니스와 인터뷰에서 ” 중동 상황이 진정되면 비트코인이 금융 자산 시장 회복을 주도할 것”이라며 “비트코인은 지난 반감기 이후 그 어떤 자산보다 나은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도 4년 동안 계속해서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체크메이트 글래스노드 분석가는 이날 X를 통해 “비트코인의 4년 주기 연평균 상승률은 72% 이상”이라며 “비트코인 시가총액은 여전히 신고점을 돌파하고 있고, (현물 ETF 등을 통해) 5600억달러(769조원) 이상의 자산이 투자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단기적인 잡음(변동성)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한편 비트코인은 지난 2012년 반감기 이후 1년 뒤 상승률 8839%를 기록했다. 다음 반감기인 2016년 직후에는 10% 하락했다가 2017년에 285% 올랐다. 2020년 반감기 다음 해인 2021년에는 548% 상승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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