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융권의 대명사인 ‘월가’…JP모건도 수십년간 본사 위치
2001년 9·11 테러후 탈출 러시…이제는 인근에 골드만삭스 정도만 남아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세계 금융의 심장부로 여겨지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월스트리트(월가)에서 미국 주요 금융회사를 찾아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미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는 전날 뉴욕 맨해튼 월스트리트 45번지에 있던 지점의 영업을 중단했다.
WSJ은 “JP모건의 마지막 철수는 이 오래된 거리와 함께 한 이 회사의 역사에 비춰볼 때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JP모건은 이미 2001년 월가에서 맨해튼 미드타운으로 본사를 옮겼지만, 이번 지점 철수로 월가와의 물리적인 연결고리는 완전히 사라지게 됐다.
WSJ이 이번 지점 철수에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은 JP모건의 역사에서 월가가 가진 상징적인 의미 때문이다.
존 피어몬트 모건은 20세기 초 자신의 이름을 딴 금융회사 JP모건의 본사를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마주한 월가 23번지에 두고 미 금융계를 호령했다.
JP모건은 1980년대 초 인근 신사옥으로 본사를 이전할 때도 월가에 주소지를 둘 정도로 월가에 애착을 뒀다.
JP모건 외에도 2000년대까지 베어스턴스,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투자은행이 월가에 자리하고 있었다.
미국 뉴욕은 20세기 이후 세계 금융산업의 중심지였고, 월가는 미 금융가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월가 주변에 밀집했던 주요 금융사들이 월가를 떠나기 시작한 게 최근 현상은 아니다.
인근 세계무역센터 빌딩을 타격한 2001년 9·11 테러가 금융사들의 월가 탈출을 촉발했고, 2008년 금융위기로 주요 금융회사가 사라지거나 인수·합병되면서 월가를 떠났다.
최근 들어서는 팬데믹을 거치면서 월가 인근 사무공간의 철수가 더욱 가속화됐다.
JP모건이 2001년까지 본사로 쓰던 55층 높이의 월가 60번지 건물은 이후 도이치뱅크가 사용하다가 2021년 이후로는 공실로 남아 있다.
현재 월가를 포함한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는 대형 금융회사 가운데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인수된 메릴린치 정도만 남아 있다.
물론 NYSE와 같은 중요 기관이 아직 월가를 지키고 있지만, 증권거래가 전산화되면서 딜러와 브로커가 현장에서 분주하게 주문을 주고받던 모습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오래다.
WSJ은 “(JP모건 본사가 있던) 23번지 건물 등 월가의 역사적인 건물들은 빈 점포와 함께 ‘임대’ 간판만이 붙어 있는 빈 껍데기로 남아 있다”라고 말했다.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