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지영 기자] 비트코인이 전날 ‘운명의 반감기’를 맞았다. 반감기 전후로 이어진 이란·이스라엘 사태와 금리 인하 지연 등은 여전히 지뢰다. 이 가운데 홍콩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가 시작되면 ‘상승장 2막’이 열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역사상 네 번째 반감기를 맞이했다. 비트코인 공급량이 절반으로 주는 반감기는 4년에 한 번씩 자동으로 발생한다. 이는 익명의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가 설계한 내용이다.
공급 충격을 일으키는 반감기는 역사적으로 ‘입증된 호재’란 평가를 받는다. 큰 매도 압력 없이 수요가 동일한 상태에서 공급이 준다면 가격 상승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2년 첫 반감기 당시 12.40달러였던 비트코인은 1년 후 1101.40달러까지 치솟았다. 8782% 뛴 수치다. 이어 두 번째 반감기(2016년) 이후 1년 동안은 285%, 세 번째 반감기(2020년) 이후 동 기간 561% 각각 상승했다.
◆반감기 이후 변수는
다만 올해는 지뢰와 같은 변수가 있다. 지정학적 불안과 금리 인하 지연, 채굴자 매도 물량 등이다. 더 큰 문제는 해당 변수들이 동시에 겹칠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중동발(發) 위기감이 여전하다. 주식과 같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은 지정학적 불안에 크게 출렁이는 경향이 있다. 앞서 비트코인은 지난 13일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습과 19일 이스라엘의 재보복 소식이 나온 직후 곧바로 폭락했다.
설상가상으로 유동성을 부추기는 금리 인하도 요원해졌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이 지난 16일(현지시간) 금리 인하에 급제동을 걸면서 상승 동력이 희미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데이비드 한 코인베이스 애널리스트는 “가상자산의 펀더멘털이 강세를 유지하더라도 단기 가격 방향성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금리 향방 등 거시적 요인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채굴자들의 움직임도 살펴야 한다. 이들이 반감기에 막대한 손실을 메꾸고자 채굴된 비트코인을 대거 던질 경우 하락세가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채굴자들의 매도세는 가격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언급된다.
특히 이전 반감기 때와 달리 급부상한 인공지능(AI) 업체들과의 전력 확보 경쟁이 이들의 매도세를 촉발할 수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번스타인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급성장 중인 AI 산업 또한 비트코인 채굴 산업과 마찬가지로 전력 사용량이 많은 분야”라며 “이들 모두 텍사스처럼 에너지 가격이 저렴하고 토지가 넓은 지역을 모색 중이다. 이들 간의 경쟁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홍콩 ETF, 비트코인 랠리 발판”
다행히 등판할 구원투수가 있다. 바로 홍콩에서 승인된 비트코인 현물 ETF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지난 15일 ▲차이나애셋매니지먼트 ▲보세라 자산운용 ▲해시키 캐피털 ▲하베스트 글로벌 인베스트먼트 등이 신청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를 아시아 최초로 승인했다.
현물 ETF는 신규 자금을 대거 흡수하는 시장 최대 호재다. 공급 충격을 일으키는 반감기와 함께 대표 상승 촉발제로도 꼽힌다. 수요를 폭발시킨다는 점에서 수급 상황을 개선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상승장 1막인 ‘비트코인 1억 시대’는 지난 1월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승인된 이후 열렸다.
전문가들은 반감기 이후 홍콩에서 현물 ETF 거래가 시작되면 본격적인 랠리가 펼쳐질 수 있다고 봤다. 앞서 홍콩 ETF 승인 이후 상승효과가 없던 이유도 거래가 아직 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것이다. 승인 다음 날 바로 거래가 시작됐던 미국 ETF와 달리 홍콩 ETF는 현재 승인만 완료된 상태다.
비트코인 현물 ETF 발행사 중 한 곳인 21쉐어스는 지난 19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비트코인은 지정학적 리스크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미국 현물 ETF가 주도하는 기관 수요 증가와 최근 승인된 홍콩 ETF 등으로 랠리를 재개할 가능성이 높다”며 “반감기에 따른 공급 감소 역시 랠리를 위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가 보유한 비트코인 물량이 급감한 점도 랠리 가능성을 높인다. 비트코인 공급이 준 상황에서 ETF 등으로 인해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온체인 분석 플랫폼 크립토퀀트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주요 중앙화 거래소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194만개다. 이는 3년래 최저치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주요 거래소의 비트코인 보유 물량과 채굴자 보유 물량이 지속해서 하락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반감기 이후 수요가 다시 몰린다면 공급 충격으로 인해 가격이 빠르게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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