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남주현 기자] 우리나라의 지난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1.3%로 깜짝 실적을 거뒀다. 2021년 4분기 이후 최고치로 8분기째 이어지던 분기별 ‘0%대’ 성장을 깼다. 수출 개선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민간소비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내수가 크게 반등했다.
다만 지속 여부는 불투명하다.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에 민간소비 위축 가능성이 여전하고, 부동산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에 건설경기에 대한 우려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중동 정세 불확실에 따른 국제유가 변수도 여전하다는 점에서 넘어야할 변수가 많다는 시각이 나온다.
◆성장률, 9분기 만의 깜짝 1%대 회복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4년 1분기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1분기 실질GDP는 전기대비 1.3% 성장했다. 2021년 4분기 기록했던 1.4% 이후 최고치다. GDP는 2022년 4분기 -0.4%를 기록해 2년 6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1분기 0.3%로 반등했다. 이어 2분기와 3분기 각각 0.6%씩 성장한 바 있다.
수출은 IT 품목을 중심으로 0.9% 증가해 3분기 연속 성장했고, 수입은 전기장비 등을 중심으로 0.7% 감소했다. 민간소비는 의류와 숙박 등을 중심으로 재화 및 서비스가 늘며 0.8% 증가했다. 직전 최고치는 2022년 3분기 기록한 1.6%다. 정부소비도 0.7% 올라 2022년 4분기(2.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결과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전분기 -0.4%포인트에서 0.7%포인트로 플러스 전환했다. 반면 자동차 수출 등이 주춤하며 순수출 기여도는 전분기 1.0%포인트에서 0.6%포인트로 낮아졌다. 민간소비 기여도는 0.1%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올랐고, 정부소비는 0.1%포인트로 전분기와 같다.
건설투자 기여도는 -0.7%포인트에서 0.4%포인트로 플러스 전환하며 크게 개선됐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0.1%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플러스 전환했다. 반면, 설비투자는 0.3%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떨어졌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IT 회복세에 순수출 기여도가 플러스를 지속하고 있고, 내수에서는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등이 반등해 성장이 확대됐다”면서 “민간 소비의 경우 소비 심리 회복과 대외 활동 증가에 따른 숙박 회복 등에, 건설투자는 기성액 등의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기저효과 작용…고금리·중동 정세에 지속 여부 ‘안갯속’
1분기 성장률 깜짝 반등에도 지속 여부는 여전히 안갯 속이다. 지난해 4분기 저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일회성 요인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연방준비제도의 기준 금리 인하 지연에 따른 고금리 장기화와 중동 지정학적 정세에 따른 국제유가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민간소비의 경우 0.8%로 상승세를 보였지만, 온화한 기온에 나들이객 증가로 음식점·숙박이 회복한 영향이 컸다. -4.5%에서 2.7%로 반등한 건설투자는 기저효과와 함께 기상 여건에 건설사들이 기성 공사 마무리에 나선 영향이 작용했다. 정부소비는 4월 총선 영향이 크게 미쳤다.
신 국장은 “민간소비는 지난해 내내 증가율이 낮았지만, 1분기 대외 활동이 늘고, 휴대폰 출시 등의 영향이 작용했다는 점에서 완전히 회복세에 돌아섰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면서 “건설 역시 부동산PF 위험이 상존하면서 부진한 흐름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어 지속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고 봤다.
이어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높으면 다음 분기 낮게 나오는데, 1분기 성장률은 당초 전망에 비해 상당히 높아 성장 경로 수정이 필요하다”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불확실한 환율과 금리 등의 여건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어떤 식으로 수정될지 예단하기는 힘들다”고 덧붙였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중동 리스크에 국제 유가 불확실성이 여전한데 다 연준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에 소비가 다시 위축될 가능성이 사라지지는 않았다”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순수출 기여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봤다.
다만 예상보다 높은 1분기 성장률에 한은은 5월 수정 경제전망에서 기존 2.1%로 제시했던 연간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올릴 가능성은 높아졌다. 정부 역시 올해 초 제시한 성장률 전망치 2.2%의 상향 조정을 시시했다.
기획재정부는 1분기 성장률에 대해 “내수가 반등하며 수출과 내수의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1분기 실적 호조와 주요 기관 전망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성장률이) 정부 전망치를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해외IB인 씨티는 최근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2%로, HSBC는 1.9%에서 2.0%로 높여잡았다. UBS도 전망치를 2.0%에서 2.3%로 올렸다. 우리나라가 반도체에서 선도적인 위치라는 점과 미국 경기가 침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미국 경기 호조와 반도체 수출 개선에 따라 긍정적인 요인도 많지만,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정세 악화와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경기 부진 등 넘어야할 산이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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