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 가운데 경제 성장률이 큰 폭으로 둔화하면서 경기는 침체하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선호하는 물가 지표가 시장의 기대보다 높을 것이라는 예상에 금리 인하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면서 증시는 일제히 급락했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속보치)이 연율 1.6%로 집계됐다고 25일(현지시간) 밝혔다.
작년 4분기(3.4%)와 비교할 때 성장률이 반토막 수준으로 크게 둔화한 것은 물론이며, 전문가들의 1분기 전망치(2.4%)보다 한참 낮았다.
이는 2022년 2분기의 -0.6% 성장률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미국 경제성장률은 2022년 3분기에 2.7% 성장으로 돌아선 뒤 그해 4분기 2.6%, 작년 1분기 2.2%, 작년 2분기 2.1%, 작년 3분기 4.9%, 작년 4분기 3.4% 등 6분기 연속으로 2%를 넘는 성장세를 보여왔으나 올해 1분기에 1.6%로 위축됐다.
상무부는 1분기 성장률이 작년 4분기보다 둔화한 이유로 개인 소비와 수출, 주(州) 정부와 지역 정부 지출 증가세가 감소했고, 연방정부의 지출도 줄었다고 설명했다.
상무부 발표 이후 뉴욕증시 다우지수가 600포인트 이상 빠지는 등 3대 지수 모두 1% 이상의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고 이후 일부 낙폭을 줄였으나 완전 회복하지는 못했다.
성장률 둔화만 놓고 보면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고 볼 수도 있지만, 물가가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1분기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3.4% 증가하면서 작년 4분기의 1.8%를 크게 상회했다.
작년 1분기의 4.2% 증가 이후 가장 큰 상승이다.
특히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가 1분기에 3.7% 증가했는데 이는 전문가들이 예상한 3.4%보다 높았다.
연준이 물가 목표 달성을 판단할 때 준거로 삼는 근원 PCE 가격지수는 작년 3분기와 4분기에는 증가율이 각각 2.0%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연준이 물가를 잡으려는 상황에서 경제성장률 둔화를 꼭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고금리가 물가를 낮추지 못하고 경제활동만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보도했다.
경제분석업체 매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의 경제학자인 콘스턴스 헌터는 NYT 인터뷰에서 “경기가 경착륙할 가능성이 커진다”면서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뜻밖이었다”고 말했다.
상무부는 오는 26일에 3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발표하는데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1분기 PCE 가격지수를 고려하면 3월 가격지수가 예상보다 높게 나오거나 이미 발표한 1·2월 가격지수가 상향 조정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시장이 당초 올해 상반기로 기대했던 금리 인하가 최소 하반기로 미뤄지고, 연준이 오히려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WSJ은 “보통 기대 이하의 성장률은 연준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희망을 키운다”면서도 “하지만 계속되는 가격 압력이 그런 전망을 복잡하게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지금은 개인소비가 성장률을 떠받치고 있지만, 기업 투자가 감소한 가운데 소비마저 줄면 경제가 급격히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분기 개인소비 증가율은 2.5%로 작년 4분기의 3.3%보다 낮았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소비의 1분기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1.68%포인트다.
의료와 금융, 보험 등 서비스 부문 소비가 증가한 반면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휘발유와 기타 에너지 제품 등 상품 소비가 줄었다.
민간투자 증가율은 3.2%로 작년 4분기의 0.7%보다 높았다.
특히 주택투자 증가율이 13.9%로 작년 4분기의 2.8%를 크게 상회했다.
다만 주택을 제외한 투자 증가율은 2.9%로 작년 4분기의 3.7%보다 낮았다.
1분기에 수출이 0.9%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수입 증가율은 7.2%를 기록했다.
수입은 GDP 산정에 마이너스로 작용하는데, 수입의 1분기 경제성장률 기여도는 -0.96%포인트였다.
연방정부 지출은 0.2% 하락했는데 특히 국방 분야 지출이 줄었다.
금융그룹 ING의 수석국제이코노미스트인 제임스 나이틀리는 “소비자가 여전히 왕이고 경제성장의 동력이 되고 있지만 기업들은 투자를 매우 주저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면 성장동력이 매우 빨리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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