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한국의 올해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 대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제레미 주크 피치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담당 이사는 26일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열린 개최된 ‘2024 피치 온 코리아’ 연례 콘퍼런스에서 “아마도 성장률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며 “전망 조정은 분기별 한 차례 이뤄지고 있어서 오는 6월 글로벌 세계 경제 전망을 내놓으며 (한국 성장률 전망치도) 개정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피치는 한국의 1분기 GDP 성장률을 전 분기 대비 0.5% 수준으로 예상했으나,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3%로 집계돼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주크 이사는 수출과 민간소비 호조를 주요 동인으로 짚으며 “인공지능(AI)에 대한 글로벌 투자가 증가하고 가계가 서비스보다 제품 소비를 늘리면 이것이 전반적으로 한국 수출 전망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내수는 고금리 상황이 큰 제약이라고 지적하며 “생각한 것보다 소비가 더 크게 증가할 순 있지만 올해 말까지는 둔화하는 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달 피치는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로, 국가신용등급 전망은 ‘안정적'(Stable)으로 유지했다. 피치는 2012년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 뒤 같은 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주크 이사는 한국 국가신용등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재정정책을 꼽으며 “신용등급 차원에서 접근하면 한국의 재정 여력 버퍼가 있기는 하지만 2019년에 비하면 줄어들었다”면서 “최근 총선 결과로 인해 야당과 협상이 필요한 만큼 재정 건전화는 느리게 진행돼 기대보다 완만한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한국의 현 가계부채 수준이 국가신용등급에 큰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고 봤지만, 정부 부채비율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크게 증가했다고 짚었다.
주크 이사는 “지금 한국의 부채비율을 보면 국가신용등급이 ‘AA’인 유사 국가들 중간값과 비슷하다”며 “부채비율이 만약 유사 국가들보다 높이 올라간다면 중·장기적으로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은 고령화와 인구감소 압박으로 인한 추가 재정 지출을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무역 분쟁과 연말 미국 대선이 끼칠 영향에 대해선 “한국에 도전 과제가 될 수 있다”며 “한국은 두 국가의 주요 교역국이기 때문에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증대되면 한국이 정치적, 경제적 관계를 양국과 이어 나가는 데 있어 어려움 겪을 수 있고, 중기적 성장에 제약 요소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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